소득불균형-과도한 신용이 파국 불렀다
경제위기 분석서 중에서 본란에 소개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의 ‘이번엔 다르다’와 누리엘 루비니 뉴욕주립대 교수의 ‘위기 경제학’이 있다. 루비니 교수는 2006년 9월 국제통화기금의 한 회의에서 주택시장의 붕괴로 인한 끔찍한 경제위기를 경고했다. 1년 반 뒤 그의 예측이 사실로 드러났다. 로고프 교수의 분석의 의하면 위기의 원인은 과도한 외부자금의 유입에 따른 부채 누적이다. 국가든 개인이든 은행이든 빚이 많으면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루비니와 로고프 교수에 비해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있다. 주택시장이 왜 붕괴했는지, 또 왜 과도하게 외부자금이 유입됐는지에 의문을 던진다.
소득불균형이 위기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자. 위기의 진행과정에서 두 가지 촉매가 작용한다. 하나는 미국의 부실한 사회안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고용 없는 경기 회복 현상이다.
미국 사회에는 실업자와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의존적이고 게으른 빈곤층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사회안전망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열악하다. 미국에서의 실직의 고통이 유럽 국가들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통이 큰 만큼 정치권에 대한 압력도 크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정치인들은 효과가 큰 경기 회복책과 고용 확대 정책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고용 사정은 단기간에 뚜렷이 개선되지 않는다. 여기에 고민이 있다. 고용 없는 경기 회복은 정치인들에게 일자리 창출 압력으로 작용해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2001년 미국 중앙은행은 6.5%였던 금리를 1% 수준까지 내렸지만 기대한 만큼 투자와 고용은 일어나지 않았다.
초조해진 정치인들이 문제였다. 저금리로 이미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린 상태에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정부는 저소득층의 주택 보유를 지원하기 위해 대출 확대 정책을 편다. 이때 주택 붐이 일면서 늘어난 가계 부채가 위기의 불씨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경제위기의 예방 대책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경제적 조치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의 간섭과 영향력 행사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다. 물가는 오르고 있는데 성장과 고용에 대한 미련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투래빗
집토끼-산토끼 모두 잡으려면?
인더 시두 지음·김하락 옮김
284쪽·1만5000원·모멘텀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중국식 모델은 없다
“中경제가 살 길은 美 따라하기”
천즈우 지음·박혜린 남영택 옮김
344쪽·1만8000원·메디치미디어
중국식 모델의 존재를 부정하는 저자의 핵심 근거는 이렇다. 중국이 지난 30년간 이룬 경제적 성공은 중국의 ‘큰 정부’가 이룬 업적이 아니라 ‘자유’에 조금씩 다가선 정책 방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유 인권 민주는 경제와 독립적이지 않고 경제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영향력 있는 중국 경제학자로 손꼽히는 저자는 중국이 발전을 계속하려면 금융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경제 스타일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역시 자유 인권 민주의 가치와 이념을 받아들여야 현재의 경제발전을 주도한 2차산업을 넘어 3차산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