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업 그림 제공 포털아트
10년 동안 그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돌을 씹는 기분으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을 해독하고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무지의 영역을 지식의 영역으로 넓혀나갔습니다. 그리하여 10년이 지난 뒤 그의 지식은 놀라울 정도로 축적되어 다방면에 박학다식한 견해를 드러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나와 생업에 종사하며 단순해진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지식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게 되자 그는 다시 태어난 듯한 기분으로 당당하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술자리에서는 항상 대화를 주도하며 사람들의 어리석음과 무지를 현란한 지식으로 무차별하게 질타했습니다. 잦은 다툼이 생기고 주변에 머물던 사람이 하나둘 그의 곁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무지해서 그렇다고 강변하며 자신의 태도를 고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조선 후기의 문장가인 항해 홍길주 선생은 “문장은 다만 독서에 있지 않고 독서는 다만 책 속에 있지 않다”고 일갈했습니다. 천지간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읽어내는 것이 진정한 독서라는 견해입니다. 독서가 단지 책을 읽는 행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 그것이 단지 지식을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지적에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독서행위요, 타인의 인생과 교류하는 것도 역시 독서행위입니다.
지식은 무한하게 쌓을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지혜가 되지는 않습니다. 지식은 그것 자체로 완전성을 얻지 못하지만 지혜는 하나이동업 그림 제공 포털아트로 삼라만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일맥상통의 근원이 됩니다. 학벌이 좋고 박학다식한 사람은 많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지식과 지혜의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고 진정한 독서의 길에 눈을 떠야겠습니다. 진정한 독서의 길, 그것은 책이 아니라 인간과 인생을 읽는 길입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