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격언: 엎어진 김에 쉬어가라
일러스트레이션 최남진 기자 namjin@donga.com
스포츠 경기에서 프로 선수들이 ‘입스(yips)’에 시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입스란 평상시에는 경기를 잘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리적 불안감에 빠지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다. 의사들은 이를 공황장애와 비슷한 정신장애라고 진단하고, 기본으로 돌아가서 실수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심리치료를 같이 받으면서 자신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주식 투자자들도 이와 비슷한 ‘투자 입스’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단기 매매자들은 주가의 저점 근처에서 매수를 하고 고점 언저리에서 매도를 하는 등 매매의 리듬을 잘 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매수를 하면 단기 고점이 되고 재빨리 손절매를 한답시고 매도를 하면 단기 저점이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사례가 있다. 이럴 때 실수를 만회하고자 무리한 매매를 하게 되면 계속 고점매수와 저점매도를 반복하면서 계좌 자산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투자에서 실패가 반복되면 ‘내가 사면 상투고, 내가 팔면 바닥’이라는 나쁜 주문을 스스로에게 주입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비하하게 되면 결과는 더욱 좋지 않을 것이 뻔하다. ‘비관주의자는 기회가 와도 이를 역경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이다. 반면에 낙관주의자는 역경이 닥쳐도 이를 기회로 만드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투자에서 어려움이 닥칠 때에는 주식시장에서 한발 물러나 머리를 식히고 쉬는 것이 좋다.
월가 최고의 기술적 분석가로 불리는 알렉산더 엘더는 정신분석학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나중에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정신분석학은 그에게 매매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고 그는 월가의 투자심리를 주도면밀하게 분석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하고 있다. “당신의 감정은 계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신이 놀라거나 자만하거나 흥분한다면 당신의 계좌는 분명히 고난을 겪을 것이다. 흥분이나 두려움을 느낀다면 즉시 매매를 중단하라. 매매할 때 당신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과 경쟁하고 있고, 심리적으로 이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싸움은 이미 끝난 것이다.”
가수 송대관 씨의 노래 중에 ‘네 박자’라는 것이 있는데 주식투자는 세 박자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즉 ‘사고, 팔고, 쉬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주식투자를 두 박자로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사고, 팔고’의 두 박자 투자를 하면 쉬어야 할 시점에 매수를 하면서 고점을 잡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주식을 팔고 나서 잠시라도 쉬지 않는 투자자들은 지금 당장 주식을 사지 않으면 마치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내일도 열리고 모레도 열린다. 기회는 늘 있는 것이다.
박용선 SK증권 역삼역지점 영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