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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5년밖에 남지 않았다

입력 | 2011-03-07 03:00:00


박현진 경제부 차장

요즘 경제 전문가들을 만나면 5년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봤자 5∼6년이며 이 시기를 놓치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먼 미래가 아닌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5년 후 한국’에 담긴 함의는 뭘까.

통계청의 인구예측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5세)가 3600여만 명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이때가 한국사회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고령인구의 증가 등으로 각종 복지 지출이 급증하면서 신성장동력 육성이나 경제 및 복지구조 개편 등 미래를 준비하는 데 쓸 수 있는 재정 여력 자체가 줄기 때문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4일 ‘한국 인구의 최적점(South Korea's demographic sweet spot)’이라는 콘퍼런스 콜에서 향후 5년이 한국 인구 구성이 최적인 시기로 이때 축적한 자산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를 고려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렇지 않으면 고령화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정부 내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있지만 제도 개선이나 법제화를 통한 대응 속도는 답답하리만큼 느리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현장에서 느낀 원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가 한국 특유의 냄비근성에 근거한 ‘정책의 쏠림 현상’이다. 최근 한 경제부처 수장은 한국의 미래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달려 있으며 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수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열변을 토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신설할 정도로 최대 화두였던 청년 일자리 창출은 올 들어 물가정책에 묻혀 뒷전으로 밀렸다. 경제 현안과 함께 중장기 대책을 꾸준히 병행하는 투트랙(Two track) 접근법이 절실하다.

또 하나는 직무유기로밖에 볼 수 없는 입법부의 행태다. 고용 창출과 경제구조 개편을 위해 서비스업 발전은 한국에 절실한 과제다. 의료 교육 관광 등 서비스업 발전계획을 본 것이 2006년 초반이지만 5년이 지난 지금 한 발짝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의료선진화의 첫 단계인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법안을 비롯해 서비스업 발전을 위해 정부에서 제출한 각종 법안이 수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4·27 재·보궐선거, 내년 총선과 대선 등 빅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된 상황에서 국회가 정쟁으로 미래 준비에 얼마나 더 소홀해질 것인지 걱정부터 앞선다.

2005년 합계출산율 1.08의 쇼크로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내놓기 훨씬 이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한국 정부에 저출산의 재앙을 경고했다. 오랜 기간 정부 관료들은 이를 먼 미래로 생각하고 귀를 닫아왔으며 그 후유증을 지금 한국사회는 톡톡히 치르고 있다. 정부나 국회가 이런 시행착오를 다시 겪지 않았으면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주어진 5년은 그리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박현진 경제부 차장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