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이든 귀순이든 국내에 정착한 북한 주민의 가장 큰 고통은 가족과의 생이별이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기다리며 악착같이 돈을 모아 북한의 가족에게 보낸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지난달 15세 이상 탈북자 396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49.5%가 북한에 송금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작년 한 해 송금한 금액은 51만∼100만 원이 31.7%로 가장 많았고 101만∼200만 원(16.7%), 500만 원 이상(12.5%) 순이었다.
▷돈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북한에 있는 혈육을 데려오는 모험에 나서는 탈북자도 많다. 가족 상봉 또는 동반 탈출 시도를 위해 다시 북한에 잠입하는 탈북자가 늘어나자 북한의 역(逆)공작도 시작됐다. 2004년 이모 씨는 압록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가려다가 북한 경비병에게 붙잡혔다. 그는 처벌을 면하기 위해 남측의 합동신문기관 ‘대성공사’와 탈북자 정착 지원시설 ‘하나원’의 운영상황을 털어놓았다. 북한은 이 씨에게 한 달 동안 간첩교육을 시켜 남한에 내려보냈으나 그는 재입국하자마자 관계 당국에 자수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