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림픽대교 북단 600m 지점 동북쪽 기둥 안(오른쪽 사진)에는 다리 위 60m주탑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운행 중이다. 동아일보 김범석 기자가 직접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체험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3일 오후 서울 올림픽대교 북단 600m 지점. ‘안전점검’이라 적힌 작업복을 입은 서울시 교량관리과 직원들이 다리 난간을 뛰어넘었다. 이들이 들어간 곳은 다리 상판 바로 밑 공간. 정확히는 다리 위에 세워진 4개의 기둥 중 동북쪽 방향 기둥 밑 부분이었다. 이 공간 바닥에 있던 네모난 뚜껑이 열렸다. 상판 밑 공간보다 한 칸 더 아래로 내려가는 지점이다. 직원들은 “이제부터 비밀 공간이 공개된다”며 한 명씩 들어갔다.
○ 아무도 몰랐던 다리 위 엘리베이터
‘머리 조심’ 표지판 2개를 지나니 나타난 것은 놀랍게도 엘리베이터였다. 가로 세로 모두 135cm, 높이 186cm 크기의 매우 작은 승강기였다. 무게 400kg까지 견딜 수 있지만 공간이 협소해 보통 2명, 많게는 3명까지만 탈 수 있다.
직원 2명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서자 ‘철커덕’ 소리와 함께 승강기가 올라갔다. 1분에 12m를 올라가는 속도여서 그리 빠르지는 않았다. 올림픽대교를 지탱하는 기둥이 18도 기울어져 있어 엘리베이터는 수직이 아닌 18도로 비스듬히 올라갔다. 내부에는 ‘현재 높이’를 나타내는 표시등과 무게 표시등이 함께 붙어 있었다.
○ 저마다 사연 깊은 한강 다리들
높이 표시등이 ‘59’(59m)를 가리키자 엘리베이터는 멈춰 섰다. 기둥이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지기 때문에 승강기가 올라갈 수 없다. 나머지 약 20m 구간은 예전 방식대로 벽에 붙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24개 케이블이 다닥다닥 붙은 연결 지점을 지나니 올림픽대교 꼭대기인 주탑 정상에 도착했다. 500여 개의 파이프가 휘감긴 횃불 조형물이 있는 이곳은 점검반 직원들에겐 ‘전망대’로 불린다. 정 팀장은 “‘다리 위 엘리베이터’라는 주제로 일반인에게 공개하려 했으나 안전상 이유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대신 경희대 등 토목공학 관련 대학생과 교수 등에게 1년에 두 차례 다리 안전에 관한 현장 학습 및 교육 프로그램으로 엘리베이터 시승을 체험할 수 있도록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 한강 위에 세워진 다리는 공사 중인 암사대교와 월드컵대교까지 합쳐 총 31개. 이 중 서울시가 담당하는 다리는 22개다. 서울시는 교수 및 교량 전문가들을 초빙해 ‘1인 1시설물’ 전담 주치의 제도를 두고 다리를 관리하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