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하자마자 첫 주연…영화 ‘로맨틱 헤븐’오디션 갔다가 수다만 떨고 합격 아직도 어리둥절애창곡은 이선희 노래…19세 안 같다고요? 하하
‘당찬 신인’ 김지원은 데뷔하자마자 영화 주인공을 꿰차는 행운을 품에 안았다.
행운의 주인공이란 표현은 이럴 때 써야 할 것 같다.
김지원(19)은 사실 그녀의 이름과 얼굴을 알린 광고를 빼면 이렇다 할 연기 경험이 없는 백지와 같은 연기자다. 그는 드라마 조연부터 시작하는 일반적인 신인들의 데뷔 방식과 달리 처음부터 장편 영화 주연을 겁도 없이 맡았다. 연기 데뷔작부터 여주인공이란 타이틀이 붙게 된 것이다.
김지원의 데뷔작이자 첫 주연 영화는 24일 개봉하는 판타지 ‘로맨틱 헤븐’이다. 소중한 사람을 먼저 보낸 이들의 마음이 하늘에 닿아 천국의 문이 열린다는 이색적인 설정으로 영화계의 이야기꾼 장진 감독이 연출했다.
그는 “처음이라 주연인지 조연인지도 모르겠고 주어진 거나 열심히 하자는 마음뿐이었다”며 “촬영장에는 임원희, 김수로 선배처럼 어른들이 많아 처음엔 주눅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시작한 첫 촬영 날, 그가 장진 감독에게 들은 첫 말은 “왜 그렇게 연기를 꾸며서 하느냐”는 야단이었다. “아 ‘나는 안 되는 구나’ 좌절했어요. 촬영장에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은 ‘미미야 왜 그러니’였어요.”
김지원은 영화 개봉을 앞둔 지금도 장진 감독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발탁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 읽고 바로 다음 날 감독님을 만났어요. ‘작품은 어떻게 읽었어? 어떻게 분석했어?’ 같은 질문을 기대하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카페에서 만나서 몇 시간동안 일상적인 얘기만 했어요. 수다처럼요. 하하.”
장진 감독은 흔한 연기 테스트도 거치지 않고 단 한 번의 만남만으로 김지원을 주인공 미미 역에 캐스팅했다. 촬영을 마치고 그는 김지원을 “제2의 김희선”이라고 소개했다. “그 말을 들은 엄마도 저를 놀렸어요. 대스타 김희선과 비교하는 게 웃기고 신기했나 봐요. 악성 댓글도 있던데 저는 ‘나쁘지 않나’ 정도로만 생각해요. 장 감독님이 저에게 동남아까지 아우를 수 있는 얼굴이라는 데, 그 말도 칭찬인지…. 저 굉장히 한국사람처럼 생겼잖아요.”
영화에서 미미는 암 투병 중인 엄마에게 희망을 찾아주려고 나선 소녀다. 당돌하게 경찰서에서 잠도 자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줄 수 있는 당찬 모습도 있다. 김지원은 “미미는 저 조차 이해할 수 없는 4차원적인 행동을 하는데 사랑을 위해 모두 걸 수 있는 멋진 아이”라고 했다.
김지원은 조각같은 미인이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청순 글래머형’도 아니다. 그의 얼굴에서는 성형수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말을 하면 할수록 발산하는 쾌활하고 상큼한 매력으로 상대를 사로잡는 힘을 지닌, 좀처럼 보기 드문 신인이다. 영화 속 미미처럼 약간은 4차원적 매력도 지녔다. “이선희, 이문세의 노래를 제일 좋아해요. 재즈도 할 줄 알고 판소리도 배웠어요. 연기자를 택했지만 저는 좀 더 넓게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자기를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국경원기자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