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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커피 값

입력 | 2011-03-09 20:00:00


‘페니 대학(Penny University)’은 18세기 영국 런던의 커피하우스에서 유래한 말이다. 당시 커피하우스는 커피 값을 안 받는 대신 입장료로 1페니를 받았다. 런던의 시민들이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읽고 토론을 벌이며 여론을 형성했다. 몽테스키외가 ‘페르시아인의 편지’에서 썼듯이 커피하우스를 나올 때면 들어갈 때보다 더 똑똑해진 느낌을 갖는다고 해서 ‘대학’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세계 각지에는 ‘페니 대학’을 상호로 쓰는 커피숍이 많다.

▷당시 1페니가 현재 가치로 얼마쯤 되는지는 따지기 어렵지만 저렴한 가격이었음이 틀림없다. 요즘으로 치면 유로 통화권에서는 1유로, 달러권에서는 1달러, 한국에서는 1000원 정도였을 것이다. 현재 유럽에서 커피 값은 18세기의 1페니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파리의 카페에서 프랑스인이 즐겨 마시는 에스프레소의 한 잔 가격은 1유로에서 1.5유로 정도다. 반면 서울의 커피전문점에서 대체로 가장 싸다는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은 3500∼4000원이다. 카페라테만 돼도 4500원 안팎이다. 프랑스보다 2∼3배 비싸다.

▷관세청이 최근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의 원두 수입원가가 123원(세전 기준) 정도라고 밝혔다.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한 잔 판매가격이 3500∼4000원이니까 원두 수입원가의 30배 안팎이다. 커피전문점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한국에서 한 끼 밥값은 5000∼7000원이다. 서구에서는 보통 밥값이 커피 값보다 10배 정도 비싸다. 외국인의 눈에 한국은 커피 값이 밥값을 거의 따라잡고 있는 이상한 나라로 비친다.

▷한국에서 커피 값이 유독 비싼 것은 유통구조와 관련이 있다. 다방이 사라지면서 커피전문점이 아니면 커피를 마실 곳이 마땅치 않다. 그 시장을 스타벅스 커피빈 등 외국계 브랜드가 점령해 커피 값을 높였다. 최근에는 카페베네라는 토종브랜드가 약진하고 있지만 토종이라고 값이 싸지는 않다. 늘 마시는 커피는 맛과 함께 값도 중요하다. 생활 물가가 하루가 달리 치솟는 요즘, 호주머니 가벼운 회사원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맛있고 저렴한 커피를 파는 한국식 커피하우스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