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장에서 휴대전화 벨소리를 듣지 않게 될 날은 언제쯤일까.
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콘서트(사진)에서 벌어진 벨소리 해프닝은 그 정도가 좀 심했다.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는 이날 좀처럼 연주장에서 들을 수 없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을 지휘했다. 이 작품의 연주시간은 무려 80여분.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는 대개 1부에서 짧은 서곡과 협주곡, 2부 교향곡의 순으로 프로그램을 짜지만 이날은 한 곡의 교향곡으로 연주시간을 채웠다. 그만큼 클래식 애호가들의 기대가 컸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샤이의 지휘 아래 세계 최고(最古)의 연주단체답게 섬세하고 기품이 있으면서도 명쾌한 브루크너를 들려주었다.
공연 후 관객의 불만은 당연히 컸다.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설치되지 않은 전파차단기를 다시 공연장에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 벨소리는 연주 중인 지휘자와 단원들의 귀에도 똑똑히 들렸다. 콘서트가 끝난 뒤 샤이는 “단원들이 연주를 하다가 당황해서 나만 쳐다봤다. 왜 울리는 휴대폰을 끄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연주를 강행했지만 분명히 오늘 연주는 벨소리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꼭 벨소리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이날 오케스트라는 쏟아지는 커튼콜 박수에도 앙코르곡을 연주하지 않았다.
공연장에 입장하면 무조건 휴대폰 전원부터 끄자. 브루크너의 연주장에서는 브루크너가 악보에 표기한 소리만을 듣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