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주연 박은태

뮤지컬배우 박은태가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섰다.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동성애자 ‘몰리나’로 분장한 박은태의 모습.
공연장은 땀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손가락만 대도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이 객석을 맴돌았다.
무대에서는 두 남자가 격렬한 정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고스란히 반투명한 벽면에 실루엣으로 비춰졌다. 아름답다 못해, 처절하고 처연한 장면이었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이하 거미여인)’에는 두 남자만이 등장한다. 배경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정치범 수용소. 한 남자는 냉소적인 게릴라(발렌틴), 또 한 명은 낭만적인 동성애자(몰리나)이다. 두 남자가 한 감방 안에 투옥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 작품의 내용이다.
“이지나 선생님께서 연출하신다는 말을 듣고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평소 주변에서 ‘이지나 연출과 꼭 해봐야 한다’란 말을 하도 많이 들었거든요.”
박은태는 뮤지컬 배우지만 성악이나 연기가 아닌 경영학 전공자이다. 그래서 작품을 할 때마다 연출가를 선생님으로 모시고 배운다. 이번 작품 연습을 할 때도 연출가에게 꽤나 혼나가면서 배웠다.
“무대 위의 ‘몰리나’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여자’로 느끼게 된다”고 하자 그가 활짝 웃었다.
“다행이네요. 사실 이번 작품 목표가 관객에게 단 한 번이라도 여자로 보이는 거였거든요.”
후반부 정사신 외에도 ‘거미여인’에는 키스신과 같은 진한 스킨십 장면이 적지 않다. “혹시 느끼고 있나”라는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하하하! 느껴야죠. 그런데 잘 못 느끼는 게 사실이에요. 전 어쩔 수 없는 남자니까요.”
마지막으로 ‘거미여인’을 하면서 힘든 점을 물었다.
“공연이 끝나면 잠자리에 들 때까지 ‘몰리나’가 남아 있더라고요. 잘 안 빠져요. 그래서 (제 정체성을 위해) 일부러 여자들 있는 곳을 많이 찾아다닙니다. (김)승대 형(발렌틴 역)의 맨살이 자꾸 몸에 남아서. 하하하! 가뜩이나 여자친구도 없는데, 고민이에요.”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한다.
사진제공|악어컴퍼니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