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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음식이야기]사이다

입력 | 2011-03-10 03:00:00

원래 뜻은 사과로 만든 술?




1960년대 칠성사이다.

무색 투명한 탄산음료를 우리는 사이다라고 부른다. 국어사전을 보면 사이다에는 두 가지 뜻풀이가 있다. 하나는 탄산수에 향료를 섞어 만들며 맛이 시원하고 달콤한 청량음료라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사과즙을 발효시켜 만든 독한 술, 식초의 원료로도 쓴다는 풀이도 있다.

반면 영어사전에서 사이다(cider) 항목을 보면 사과주스를 원료로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성 음료라는 설명이 나올 뿐이다. 우리가 말하는 톡 쏘는 맛의 탄산음료나 청량음료라는 풀이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영어사전에서 사이다라는 단어가 들어간 청량음료를 찾으면 사이다 컵(cider cup) 정도를 찾을 수 있는데 사과술에 소다수를 섞은 음료이니 아이들이 마시는 탄산음료가 아니라 어른들이 즐기는 가벼운 칵테일의 한 종류다.

영어에서 말하는 사이다는 우리가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데 우리의 사이다에 해당하는 단어는 탄산수라는 뜻의 소다(soda)가 가장 가깝다.

예전 소풍 갈 때 필수품이었던 사이다는 그러니까 본고장인 서양에서 사과술 또는 사과즙을 나타내는 단어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엉뚱하게 탄산음료를 가리키는 단어로 변신한 것일까. 우리가 쓰는 사이다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전해졌다. 이를 탄산음료라는 뜻으로 쓰는 나라도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일본에서 사이다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에도시대 말기라고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발행하는 닛케이(日經)디자인이라는 잡지에 따르면 1868년 영국의 무역회사가 요코하마에서 샴페인사이다라는 음료를 판매했는데 이것을 줄여서 ‘사이다’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샴페인사이다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탄산음료인 사이다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문자 그대로 사과술로 만든 발포성 알코올 음료, 그러니까 스파클링 와인 종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까지는 사이다라는 이름이 제대로 쓰인 것인데 샴페인사이다를 줄여 사이다라고 부르는 과정에서 사과술로 만든 발포성 와인이라는 의미는 사라지고 톡 쏘는 성분만 강조됐다.

1899년 당시 일본에서는 새로운 개념의 음료수인 탄산음료가 요코하마에서 선을 보이는데 ‘금선(金線)사이다’라는 브랜드로 판매되었다. 그리고 곧 요코하마는 물론이고 일본 전역에서 인기를 얻으며 전국적으로 팔리는 상품이 됐다. 탄산음료에 엉뚱하게 사과술에서 온 사이다라는 이름이 붙게 된 계기다.

우리나라에는 한일강제병합 이전인 1905년 탄산음료가 처음 들어왔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궁궐에 납품하거나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 고관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사이다를 수입했다. 이렇게 들어온 사이다는 광복이 될 때까지 일본인들이 탄산음료를 독점 생산하면서 사이다라는 명칭이 탄산음료를 가리키는 용어로 굳어진다.

광복 후 국내 사이다 시장에는 서울의 서울사이다, 부산의 동방사이다, 대구의 삼성사이다 등 크고 작은 상표가 난립한다. 6·25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1950년 5월에 각각의 사이다 공장에서 일하던 기술자와 자본가 일곱 명이 자본을 모아서 사이다 회사를 만들었는데 일곱 명이 모여서 만든 회사라는 의미에서 별이 일곱 개 모였다는 뜻의 ‘칠성’이란 브랜드를 사용하게 됐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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