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량대란 식물유전자로 넘는다
○ 가뭄 견디는 유전자 ‘ABCG40’
한 세대가 6주로 짧고 번식력이 왕성하기 때문에 식물 연구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 동아일보 DB
식물은 물이 부족할 때 기공을 닫아 내부에 있는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보호한다. 이때 기공을 빨리 닫게 하는 물질이 ‘아브시스산’이라는 호르몬이다. 이 교수는 “ABCG40이 식물 세포에 흡수되는 아브시스산을 조절한다”며 “ABCG40의 기능이 왕성해지면 가뭄에도 시들지 않고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막화 초기 단계인 지역에 이 식물을 심으면 사막화도 방지할 수 있는 셈이다.
○ 토양 정화하는 유전자 ‘AtABCC’
세계 1위의 쌀 수출국인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중금속 오염도 문제다. 중금속에 오염되는 토양이 많아질수록 안전한 경작지는 줄어든다. 이 교수팀은 중금속에 오염되지 않으며 토양 속의 중금속을 제거할 수 있는 유전자 ‘AtABCC1’과 ‘AtABCC2’를 발견했다.
두 유전자는 중금속인 비소를 세포 속 작은 기관인 ‘액포’에 저장했다가 밖으로 내보내도록 만든다. 액포 속에 가둬둔 비소는 다른 생체조직과 격리돼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 이 교수팀은 두 유전자의 기능이 활발한 식물로 토양 속의 중금속을 효과적으로 제거한 연구 결과를 지난해 11월 PNAS에 발표했다. 이 교수는 지난달 이 연구로 지난해 PNAS의 최우수 논문에 주는 ‘코차렐리상’을 받았다. 그는 “두 유전자를 이용하면 환경오염으로 줄어드는 경작지를 되살리고 곡물생산량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 추위, 병충해, 염분 극복 유전자 발견
지구온난화로 경작지의 온도가 상승해 병충해의 피해가 잦아지는 현상을 막아주는 유전자도 발견되고 있다. 고려대 황병국 교수팀은 ‘ABR1’이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 지난달 미국식물학회 공식 학술지인 ‘플랜트셀’에 발표했다. ABR1은 병원균에 감염된 부위의 세포를 스스로 죽게 해 번지는 현상을 막는다.
또 염분이 많은 인도의 간척지에서 안정적으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돕는 유전자도 알아냈다. 인도는 세계 2위의 밀과 쌀 생산국이다. 이영숙 교수팀은 ‘PDR8’이, 이상열 단장팀은 ‘CGL1’이 염분에 저항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고 농진청은 ‘OSKAT’, ‘CBL’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식물유전자가 서로 영향을 주며 기능을 발휘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인석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팀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식물유전자는 서로 모여 있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기존보다 10배 이상 쉽게 밝힐 수 있다”며 “벼의 유전자 네트워크를 연구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ju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