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교통사고와 관련해 우리가 흔히 듣는 말 가운데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은 많이 줄었다. 그런데 ‘일단 드러누워라’는 아직도 통용이 되나 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 사망자(2007년 기준)는 2003년보다 13% 줄었지만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이하게 경상자가 입원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목이 아프다”는 이유로 경추부 염좌 진단을 받고 입원한 비율은 74%로 일본의 8.2배다. 실제로 웬만한 추돌사고로는 경추부 염좌가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길거리 사고를 보면 피해차량 운전자는 으레 뒷목을 잡고 나오고, 자신의 부상을 과장한다. 그래야 유리하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꺼린다. 그러나 가해자가 있어 다른 사람이 의료비를 지불한다면 기꺼이 오랫동안 입원하는 사람이 생긴다.
외상을 입은 환자는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진찰을 받아야 한다. 입원해야 진단이나 치료를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원래 드러나지 않았던 손상이 늦게 나타나 이를 빨리 찾아내 조치하면 혹시 생길지 모르는 장애나 사망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외상 환자가 무조건 입원해야 하고, 오래 입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안전과 비용 효율의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 자신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더 많이, 더 오래 입원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종류의 손상으로 입원했더라도 자동차보험으로 진료비를 지급할 경우 자신의 건강보험으로 지불할 때보다 입원기간이 3.6배나 길다고 한다.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준이나 지침은 있지만 입원 여부에 대한 기준이나 연구는 매우 적다. 특히 얼마 동안 입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은 거의 없다. 외국도 그렇다. 기준이 있더라도 입원해야 할 기준은 있지만, 입원하지 않을 기준은 없다.
입원하는 이유에는 의학과 무관한 것도 있다. 이전에는 정치인들이 좀 쉬러 입원하는 경우도 잦았다. 의료기관으로서는 어차피 입원실이 비어 있는 데다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사람이 입원 좀 하겠다는데 말릴 까닭은 없다.
입원 여부나 기간을 판단할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스스로 그 비용을 감수한다면 입원할 수 있다. 그러나 내 돈이 아니라고 무작정 사회 비용을 낭비할 수는 없다.
내 친척 아우는 3일 동안 입원했고, 보험회사와 합의했다고 한다. 그는 입원을 했기 때문에 유리하게 합의했다고 믿고 있었다. 내 자동차 보험료가 이렇게 허비될 수도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