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내진설계 대상 건물 84%가 ‘무방비’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이 일본열도를 강타하면서 한반도 역시 지진재해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도 규모 5 이상의 강진이나 쓰나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 과거 한반도 지진은?
기상청에 따르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반도에서는 총 891회의 지진(규모 2.0 이상)이 발생했다. 가장 컸던 지진은 1980년 1월 8일 평북 의주, 삭주에서 발생한 규모 5.3 지진이다. 2004년 5월 29일에도 경북 울진 동쪽 약 80km 해역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가 100%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것. 한반도가 유라시아 판의 중심부 쪽에 있더라도 일본 대지진처럼 판의 경계에서 계속 지진이 발생해 중심부로 힘이 전달되면 충격이 축적됐다가 대형 지진으로 변환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소 이희일 지진연구센터장은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숙종 7년(1681년)에 ‘강원도에서 지진이 일어나 소리가 우레 같고 담벼락이 무너졌다’고 적혀 있다”며 “이 정도면 규모 7 이상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쓰나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실제 1993년 7월 12일 일본 홋카이도 오쿠시리 섬 서북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7.8 지진과 지진해일로 국내 해안지대에 3억9000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 국가지진센터 관계자는 “일본열도의 서쪽인 동해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하면 동해안까지 1시간 반 정도면 온다”고 경고했다. 현재 정부는 지진해일 피해가 우려되는 부산 울산 강원 제주 등 7개 시도 33개 시군구 238곳에 지진해일 예·경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동해안의 경우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이 거의 설치돼 있지 않는 등 대비가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13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을 취재한 결과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동해안에는 시군 재난안전대책본부장 명의의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이 설치돼야 한다. 강릉항과 강문항에도 대피 안내판이 있지만 인적이 많은 상가 밀집지역이 아닌 항 입구, 해경 파출소 등에 설치돼 있었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이 설치됐다가 땅값 하락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로 철거됐다”고 말했다.
○ 지진재해 인프라 결여돼
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보다는 내진설계 취약 등 지진재해 대응 인프라가 결여된 점이 더 큰 위험요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건축물 680만여 채 가운데 내진설계 대상인 높이 3층 이상, 총면적 1000m² 이상 건축물은 100만여 채이다. 이 중 실제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16만여 채(16%)에 불과하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