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끼니꾸 드래곤 대본★★★★ 연출★★★☆ 연기★★★★ 무대 ★★★★해바라기의 관 대본★★★☆ 연출★★★★ 연기★★★☆ 무대★★★☆
재일 한국인의 신산한 삶을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드라마로 펼쳐낸 ‘야끼니꾸 드래곤’. 예술의전당 제공(왼쪽), 연극 ‘해바라기의 관’은 해체된 재일 한국인 가족의 슬픔을 해바라기 꽃밭에서의 죽음으로 형상화한다. 스튜디오 반 제공(오른쪽)
자이니치 2세 극작가 정의신 씨가 쓰고 연출한 ‘야끼니꾸 드래곤’은 1960년대 말 일본 간사이 지방의 자이니치 집단 거주지가 무대다. 야끼니꾸 드래곤이란 일본인들은 안 먹고 내다버리는 소와 돼지의 내장을 수거해 요리해 팔던 김용길(신철진)네 곱창집의 별호다. 주요 등장인물은 이 용길이네 가족들과 단골손님들이다.
이들은 조그마한 일로도 목소리 높이고 다투기 바쁘다. 강제로 끌려왔건만 취업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자이니치의 현실에 대한 울분을 같은 동포에게 쏟아 붓기 일쑤다. 30년 가까운 삶의 터전을 뺏길 위험에 처해선 목청만 높일 뿐 행동할 줄 모른다. 안쓰럽고 딱한 삶이건만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희극적이다. 툭하면 지붕 위에 올라가는 용길의 외동아들 도키오(와카마쓰 지카라)는 웃음과 노래가 범벅이 된 이 인생희극의 사회자다.
역시 자이니치 2세 작가인 유미리 씨가 쓰고 신주쿠양산박 대표인 김수진 씨가 연출한 ‘해바라기의 관’은 그 도키오가 한 세대 뒤에 마주하게 될 현대적이고 비극적인 자이니치 가족사를 노래한다. ‘해바라기의 관’은 무능한 아버지를 대신해 돈을 벌기 위해 호스티스가 된 어머니가 일본인 유부남과 살기 위해 집을 나가면서 해체되어 가는 자이니치 가족의 짙은 상실감을 담아냈다.
연극엔 등장하지 않는 그 어머니는 어쩌면 ‘야끼니꾸 드래곤’에서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다 일본인과 결혼하는 막내딸 미카(주인영)의 비극적 미래상 아닐까. 첫사랑과 맺어지지 못하고 오빠의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외동딸 영귀(이마무라 요시노)는 ‘야끼니꾸 드래곤’의 맏딸 시즈카(아와타 우라라)를 닮았다.
시즈카는 어린 시절 사고로 결별했던 첫사랑과 우여곡절 끝에 결합하지만 북한행을 택하는 비련의 주인공이다. 수의대에 합격하고도 의대생이 되기 위해 재수생이 된 맏아들 영민(히로시마 고)은 ‘야끼니꾸 드래곤’의 도키오가 아버지의 뜻을 따라 명문중학교를 졸업했을 때 모습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희극적인 ‘야끼니꾸 드래곤’이 비극적인 ‘해바라기의 관’으로 귀결됐음을 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i:‘야끼니꾸 드래곤’은 2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3만∼5만 원. 02-580-1300. ‘해바라기의 관’은 13일로 세종M씨어터 공연을 마치고 19, 20일 전주대 아트홀에서 3회 공연을 펼친다. 2만 원. 063-220-3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