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텐〉〈넥사바〉〈아피니토〉‘희귀약’으로 불리던 신장암치료제, 新藥 경쟁체제로
서울의 한 병원에서 60대의 환자가 신장투석을 받고 있다. 신장암은 한국인의 암 발병 중 1.8%를 차지하는 암인데 그 동안 치료제가 희귀한 질병에 속했으나, 새로운 약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스티브 잡스 덕에 유명해진 수텐
수텐은 위장관기저종양(GIST)의 적응증과 진행성 신장암(RCC)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수텐의 로고는 적에게 포착되지 않으면서 은밀하게 공격을 시도하는 스텔스기를 형상화했다. 표적만을 골라 공격한다는 뜻이다.
2009년 8월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수텐이 전이성 신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26.4개월로 늘린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간편한 알약 복용으로 신장암환자의 입원 및 병원방문 횟수를 크게 줄였다.
2010년 1월 기준, 세계 100여 개 국으로 수출된 이 약은 각국의 의료기관과 임상시험을 통해 환자 9만2000명에게 투여됐다.
○국내 첫 먹는 표적치료제 넥사바
넥사바도 수텐처럼 다중표적항암제로, 정상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는 물론이고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내피 세포까지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종양의 증식과 혈관 생성을 막아 치료 효과를 높이는 한편, 종전 항암제들이 정상 세포에까지 영향을 미쳐 생겼던 탈모, 구토 등의 부작용도 줄였다.
900여 명의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넥사바 복용군과 대조군의 전반적 생존율을 비교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넥사바 투여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종양의 크기가 20% 이상 커지지 않는 기간 또는 종양의 성장 없이 생존하는 기간)은 5.5개월로, 대조군에 비해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넥사바는 종전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어 65세 이상의 고령환자나 신기능이 떨어지는 환자, 고혈압이나 당뇨를 갖고 있는 환자들이 자주 찾고 있다.
○기존 치료제 안 듣는 신장암, 아피니토
종전 치료제에 실패한 진행성 신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결과, 아피니토로 치료한 환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4.9개월로, 대조군에 비해 평균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의 발병 원인이 되는 ‘mTOR 단백질’ 억제제인 아피니토는 최근엔 유방암, 위암, 간세포암과 같은 다양한 암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임상 시험과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아피니토는 2009년 6월 국내에서 식약청 허가를 받았고 현재 보험급여 등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문학선 한국노바티스 항암제사업부 상무는 “아피니토가 개발되기 전에는 1차 치료제에 실패한 신세포암 환자는 별 다른 치료법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아피니토는 이런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