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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日지진에 쓸려간 국제사회 관심 끌기?

입력 | 2011-03-16 03:00:00

“귀순자 4명 뺀 27명 송환 수용”…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북한이 지난달 10일 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 이후 냉각된 대화 기류를 되살리려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남하한 북한 주민 31명 전원 송환을 주장하던 북한은 15일 일단 귀순자 4명을 뺀 27명의 송환을 받아들이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또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가능성까지 흘리며 북핵 6자회담 재개를 거론했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북한 이슈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급속히 사라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 日 지진 사태를 국면 전환의 기회로?

북한 조선적십자회는 15일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전통문을 보내 “기다리는 가족들의 심정을 고려해 해상을 통해 (북한 주민) 27명을 우선 돌려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주민 31명 중 4명이 귀순한 데 대해 ‘귀순공작’이라고 비난하며 31명 전원 송환을 고집했던 태도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남측이 송환 방침을 통보한 후 12일 만이다.

이에 남측은 “해상을 통해 북한 주민 27명을 송환하겠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남측은 서해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만큼 북측이 원하면 16일 판문점을 통해 송환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북측은 “서해상 날씨가 좋아지면 해상 경로를 통해 주민 27명과 배를 넘겨받을 것”이라고 거듭 해상 송환을 주장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주민 31명 문제로 남측과 실랑이를 벌여 봐야 대외적인 대화국면을 조성하려던 자신들의 구상 실현이 어려워질 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판문점을 통해 공개적으로 송환을 받아들일 경우 그동안 주장해온 ‘전원 송환’을 갑자기 철회한 데 대해 대내외적인 명분을 세우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태도 변화를 유도한 요인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보인다. 조선적십자회는 14일 이례적으로 일본 적십자사에 위로 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동일본 대지진이 국제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북한의 행태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줄어드는 기류를 보면서 한편으론 국면 전환의 기회라고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핵실험 유보’로 6자회담 재개 요구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에 나갈 수 있고 6자회담에서 우라늄농축 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방북한 알렉세이 보로답킨 러시아 외교차관의 면담 결과를 전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북한은 새로운 ‘미끼’도 제시했다. 러시아 측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의 임시 중지, 우라늄농축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들의 접근 등 건설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6자회담이 열리면 러시아 측 제안대로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의 유예 조치를 할 수 있다는 태도인 셈이다.

북한이 이처럼 외견상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미일 3국이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남북대화 진전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우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6자회담에서 우라늄농축을 논의하겠다는 것은 결국 ‘평화적 핵 이용’ 권리 허용을 주장하겠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14일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군축회의에서 북한 대표단은 “우리는 언제나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사회 앞에 지닌 자기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이 같은 의도를 드러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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