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3이닝 1홈런 1실점 “판정패 안당해 기분좋아”
김, 3회 갑자기 와르르 “컨디션 좋은데 변화구가…”
《류현진(24·한화)과 김광현(23·SK).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투수들이다. 류현진은 2006년 데뷔하자마자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 평균자책, 탈삼진)을 달성하며 사상 최초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듬해 데뷔한 김광현은 2008년, 2010년 다승왕에 오르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4년을 함께 뛰었지만 둘은 맞붙은 적이 없다. 팀 입장에선 승리의 보증 수표인 에이스를 어느 한쪽이 질 수밖에 없는 맞대결에 내세우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두 선수가 처음으로 공식 경기에서 한 마운드에 섰다. 비록 시범경기였지만 각자 3이닝 이상을 던지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양 팀 감독은 정규시즌이 아니라는 이유로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관심을 모았던 첫 실전 대결의 승자는 류현진이었다.
반면 2회까지 삼진 3개를 솎아내며 무안타로 막던 김광현은 3회 선두타자 나성용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뒤 갑자기 흔들렸다. 다음 타자 오재필에게 2루타를 내줬고 폭투 2개, 볼넷 1개, 안타 1개를 허용하며 3실점했다. SK 김성근 감독은 경기 전 4이닝을 던지게 하겠다고 했지만 김광현은 4회 1사 1루에서 마침 이날 민방위훈련으로 경기가 잠시 중단되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한화가 5-2로 이겼고, 류현진은 승리 투수가 됐다. 김광현은 패전 투수. 5이닝을 채워야 하는 정규시즌과 달리 시범경기에서는 선발이 3이닝 이상 던지면 승리 투수가 될 수 있다.
류현진은 “(우리 팀 나성용이) 홈런을 때리지 않았으면 질 뻔했다. 판정패를 당하지 않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컨디션은 좋았는데 변화구 컨트롤이 미숙했다. 팬들이 맞대결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