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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日本 대지진]‘방사능 공포’ Q&A

입력 | 2011-03-16 03:00:00

Q:日서 동풍 분다는데… 한국에 방사성 물질 날아올까?
A. 한반도 상공에 편서풍… 5m거리 선풍기에 입김 뿜는 꼴




연기 새어나오는 3호기 14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 3호기에서 수소폭발이 발생한 후 연기가 새어나오는 모습을 미국의 상업용 위성사진 회사 디지털 글로브가 촬영했다. 이틀 전인 12일 원자로 1호기가 폭발한 데 이어 15일에는 원자로 2호기와 4호기가 연달아 폭발하며 피폭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 출처 디지털 글로브

일본 후쿠시마(福島) 현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들이 수소폭발을 하거나 격납용기가 일부 파손되면서 ‘방사성 물질 누출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물론 0.00…1%의 위험에도 대비하는 자세는 필요하지만 현재 시중에 떠도는 공포 가운데는 정확한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일본 원전 사고의 궁금증을 ‘Q&A’로 풀어봤다.

Q: 일본에서 동풍이 불어 우리나라까지 방사성 물질이 날아온다는 주장도 있다.

A: 어떤 물질이 1000km 이상 이동하려면 마찰력이 없는 상층부의 바람을 타야 한다. 한반도 주변에서는 높은 고도에서 늘 편서풍이 불어 우리나라까지 건너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본 지역의 동풍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기상청은 “선풍기를 켜놓고 5m 앞에서 선풍기를 향해 입김을 내뿜는 것과 같다”며 “일본 부근의 바람이 한반도까지 불어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Q: 일본 내에서는 동풍이나 북동풍이 분다고 하는데….

A: 기상청에 따르면 지상에서 높이 1km 아래로 부는 바람은 해당지역 내에서 어느 방향으로든 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하층 바람은 산이나 건물 등 지형에 막혀 한반도까지 올 수 없다. 높이 1.5km 이상까지 방사성 물질이 올라가야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올 수 있는데 현재 높이 1.5∼3km의 바람은 동쪽(태평양 쪽)으로만 불고 있다.

Q: 혹시라도 높이 1.5km 이상에서 동풍이 불면 한반도로 방사성 물질이 유입되나?

A: 동풍이 불더라도 인체에 해로운 수준일 가능성은 작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후쿠시마 원전 1호기 폭발 후 일본에서 한국 쪽으로 바람이 불고 후쿠시마 원전 1∼3호기의 노심이 30% 녹은 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우리나라 동해안에서의 피폭선량이 일반인의 연간 한도인 1mSv(밀리시버트)의 0.14%에 불과한 것으로 계산됐다.

Q. 이번 지진 때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을 다녀온 여행객과 접촉해도 되나.

A. 시간당 1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됐다면 여행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이미 일본 정부가 위험지역에 있던 사람들은 방사선 측정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 피폭된 여행객과 접촉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만약에 심하게 오염된 사람이 국내에 들어오면 가능한 한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

Q. 방사성 물질은 얼마나 오래 대기 중에 머무나.

A. 방사성 요오드는 대부분 한 달 안에 사라진다. 그러나 세슘은 체내에서 3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Q. 세슘이나 방사성 요오드에 과다 노출되면 어떻게 하나.

A. 세슘은 대변으로 배출하기 위해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라는 약품을 사용하지만 장기나 근육에 흡착되면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방사성 요오드의 경우엔 예방약인 안정화요오드정제를 복용하면 된다. 그러나 방사성 요오드를 많이 흡입하면 갑상샘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Q.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지역의 물고기, 육류, 해산물 등은 어떻게 하나.

A. 물에 녹는 세슘이 바다로 들어가 아주 미량이라도 물고기 체내에 흡수된다면 이 물고기를 먹는 것은 위험하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후쿠시마 현 앞바다에서 160km 떨어진 미 해군 항공모함도 적은 양이지만 피폭된 것을 보면 이 범위의 물고기들도 오염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긴급피난 또는 실내대피 명령이 내려진 원전 주위 반경 30km 내에서 기른 동물, 채소, 과일을 먹는 것도 가급적 삼가야 한다. 그 지역 젖소의 우유도 먹지 못한다.

Q. 이번 원전 사고로 얼마나 많은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나.

A.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고평가척도(INES)의 1∼7단계 가운데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 누출은 4단계로 ‘국지적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는 5단계,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최고 수준인 7단계였다.

Q. 후쿠시마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인가.

A. 15일 원전 주변의 방사선량이 최대 400mSv로 측정됐다. 순간적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구토증세를 보이는 등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 주민들을 이전시킬 때의 방사선량 기준은 시간당 350mSv였다.

Q. 일본에선 방사성 물질 누출로 인한 피해자가 생겼나.

A. 그렇다. 12일과 13일 일본인 190명과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승조원 17명이 피폭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일본인 3명은 입원해야 했다. 그러나 이 당시 대기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은 시간당 최대 1.557mSv에 불과해 생명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연 상태에서 연간 평균 2.4mSv의 방사선량에 노출된다.

Q. 방사선에 노출되면 무조건 치명적인가.

A. 지구상 어떤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매우 높은 자연 방사선 수치를 보인다. 또한 세계의 모든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은 다른 공간에서보다 높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그렇다고 그 지역을 가지 않거나,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경우는 없다. 어느 정도까지 방사선에 노출되면 안전한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그러나 살면서 어느 정도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X선 촬영을 한 번 할 때 받는 방사선량은 약 0.1∼0.3mSv, 가슴을 한 번 컴퓨터단층촬영(CT) 할 때는 6.9mSv다. 시간당 100mSv의 방사선량에 노출돼도 인체에는 큰 영향이 없다. 시간당 150mSv의 방사선량에 노출되면 가벼운 헛구역질을 하는 정도다.

Q. 방사선에 피폭되면 어떤 증세가 나타나나.

A. 사람이 시간당 1000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식욕감퇴, 헛구역질, 피로 등의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1∼3주일 정도 잠복기를 지나면 방사선 피폭 양에 따라 중추신경계 장애, 소화관 출혈, 조혈기관 기능 저하 등으로 사망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시간당 1만 mSv 이상의 방사선량에 노출되면 의식을 잃게 되고 5만 mSv를 쐬면 48시간 내 숨진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 만에 하나… 방사성 낙진때 대처 어떻게 ▼
외출 삼가고 밖에서 돌아오면 꼭 샤워… 장독 뚜껑 덮고 창문닫아 외부공기 차단


끔찍한 상상이긴 하지만 만약 일본의 원전 폭발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날아든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방사선에는 되도록 노출되지 않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에 전문가 조언에 따라 준수사항을 지켜 피폭을 최소화해야 한다.

준수해야 할 행동요령의 기본 원칙은 황사에 대비한 행동요령과 비슷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15일 우선 일반적인 행동요령으로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건물 내에서 생활하며 외출할 때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우산과 비옷 등을 휴대해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비를 맞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물 밖에서는 음식물 섭취를 삼가고 외출 후에는 샤워 등으로 몸을 깨끗이 하는 것도 꼭 지켜야 할 수칙이다.

상황별 상세한 행동요령을 별도로 숙지해 두면 더욱 좋다. 방사성 낙진이 발생했을 경우 우물이나 장독 등은 뚜껑을 덮어 두고 밀폐된 건물 밖 물은 폐기하거나 오염검사 후 사용해야 한다. 가축은 축사로 이동시키고 사료는 비닐 등으로 덮어야 한다. 집이나 사무실 창문 을 닫아 외부공기 유입을 줄여야 한다.

건물 안으로 대피했을 경우 방사성 낙진은 오감으로 감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의적인 판단으로 함부로 행동하지 않도록 한다. 라디오나 TV, 민방위 조직 등을 통한 정부 지시를 믿고 따라야 한다. 건물 밖으로 나올때는 전기와 가스를 끄고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 좋다. 담요 의복 구급약 유아용품 등 필요한 물품을 꼭 지참하고 대피해야 한다. 상황이 종료돼도 오염이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기 때문에 지정 지역 외에는 출입하지 말고 정부 및 방재유도 요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비상 상황이 끝났다고 해방감에 젖어 행동해서는 안 된다. 우선 경찰 또는 민방위대, 또는 유도 요원의 지시에 따라 질서 있게 이동한다. 당분간 음식물은 오염검사를 한 뒤 섭취해야 한다. 이세열 KINS 방재총괄실장은 “방사성 물질이든 황사든 일반적인 행동요령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