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번 신고 벗고… 발이 닳아요”
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1 밀라노 국제구두박람회(MICAM)’에서 신세계 이마트 신발 구매 담당자들이 올해 가을·겨울용 구두 신상품을 주문하기 위해 이탈리아 신발업체의 전시관에서 상담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제공
7일 이탈리아 밀라노 시 외곽에 있는 컨벤션센터 ‘피에라 밀라노’에서 열린 밀라노 국제구두박람회(MICAM)의 한 이탈리아 신발 제조업체 전시부스. 사면 가득 각종 신발이 빼곡히 전시된 이곳에서 정진화 신세계 이마트 신발 담당 디자이너가 한쪽 발에 이탈리아제 가죽 부츠를 신은 채로 디자인과 마감 상태를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다. 정 씨 등 이마트 신발 담당자 3명은 박람회에 참가한 이탈리아, 스페인 등 1600여 신발 제조업체의 올해 가을·겨울용 신발 견본을 살펴보며 가격 협상과 발주 작업을 진행했다.
○ 축구장 10배 넓이 전시장 3번 왕복
평소 같으면 신발 담당 바이어 1명이면 충분했겠지만 이번에는 분업을 통해 상담과 발주의 효율과 전문성을 높이려고 직원 3명이 출장길에 올랐다. 이마트 신발 담당 디자이너가 유행이 예상되는 디자인의 제품을 고르면 신발 담당 팀장(부장급)이 현지 업체와 물량 및 가격을 협상한다. 선적과 통관 등의 문제는 해외 소싱 담당자(과장급)의 몫이다. 백화점 제품에 버금가는 품질과 마트 고객이 수긍할 수 있는 합당한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까닭에 적절한 제품을 선정하는 작업은 짚단 속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었다. 사흘 동안 이들이 돌아본 전시관의 면적은 약 7만3000m². 축구장 10개 넓이에 해당하는 전시관을 이들은 세 번 왕복했다.
○ 한국 소비자 취향 반영한 맞춤형 주문
이들은 촉박한 시간과도 싸워야 했다. 늑장을 부렸다가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이나 중동 바이어들이 좋은 제품을 창고째로 ‘입도선매’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 점심 식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피자 한 조각과 탄산음료로 때웠다.
좋은 구두를 찾아도 끝이 아니다. 한국 소비자의 특성에 맞게 현지 업체에 맞춤형 주문을 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죽 구두의 안쪽에 면 소재 등으로 안감을 덧대 달라는 주문이다. 유럽 소비자들과 달리 구두가 물에 젖었을 때 가죽 색깔이 양말에 묻는 것을 제품 불량으로 여기는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키려면 추가 비용을 내더라도 안감을 덧대는 공정은 필수다.
밀라노=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