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남자를 믿었네’ 왕빛나도도한 외모 선입견…센 역할 많아사랑받는 캐릭터로 연기변신 선언4년만에 다시 찾아온 주인공 기회가족들에겐 미안하지만 연기 올인!
도도할 것 같은 선입견을 주는 외모의 왕빛나는 멜로 연기를 펼칠 ‘남자를 믿었네’가 이미지 변신에 좋을 작품이라며 “가정도 잠깐 잊었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도도한 외모가 가져다주는 선입견이 있다. 차가울 것 같다는 인상, 속을 다 드러내지 않을 것 같다는 편견이다.
왕빛나(31)는 세련된 외모로 도시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는 연기자다. 드라마에서 주로 맡는 역할 또한 곁을 주지 않는 냉정한 모습이거나 자유분방한 성격이었던 탓에 그를 둘러싼 이미지는 더욱 견고해졌다.
그랬던 왕빛나가 변했다. 여주인공을 맡은 MBC 일일드라마 ‘남자를 믿었네’(극본 주찬옥·연출 이은규)에서다. 그가 맡은 오경주는 엄마와 동생을 챙기는 실질적인 가장이자 오랜 연인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주고, 우울한 일에도 용기를 잃지 않는 건강한 여자다.
“사랑스럽고 착한 캐릭터를 맡기 어려웠어요. 외형적인 모습 탓에 센 역할을 많이 했죠. 이번 역할은 달라요. 많은 사람이 오경주에 공감해준다면 제 이미지도 바뀔 것 같아요. 요즘 집(가정)을 잠깐 잊고 살아요.”
‘남자를 믿었네’는 일일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과거의 연인과 새 연인이 얽히며 벌어지는 사각관계가 뼈대다. 오경주는 그 중심에 있다. 연인(심형탁)과 깊이 사랑하지만 어느 날 나타난 재벌가 남자(박상민)에게 흔들린다.
“진한 멜로는 처음이에요. 짝사랑이나 상대를 음해하는 역할, 성격 좋은 친구 역할을 주로 했죠. 두 명의 남자에게 사랑받는 역할이라 더 욕심이 났어요.”
왕빛나는 상대역인 박상민, 심형탁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다. 박상민과는 2006년 SBS ‘내 사랑 못난이’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췄던 사이. 박상민을 두고 그는 “장난기가 많아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다”고 했다.
“착한 남자에요. 굳이 안 그래도 되는 상황에서 자기가 손해를 봐요. 드라마에서 우린 오랜 연인인데, 끈끈한 애정이 필요했어요. 대본 연습 때 처음 만나 제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했죠.”
대본 연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먼저 자리를 뜬 왕빛나와 심형탁은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서로를 알아갔고 지금은 ‘절친’으로 맺어졌다. 왕빛나가 심형탁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선 이유가 있다.
“혹시 제가 유부녀여서 어렵게 생각하지 않을까…. 어렵게 대하면 안 되잖아요. 일을 하러 촬영장에 나왔을 때 저는 어디까지나 연기자에요. 연기할 때만큼은 결혼했다는 생각을 잠시 버리고 상대 배우를 사랑하자고 다짐해요.”
왕빛나는 지난해 시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육아 때문이다.
“시아버지가 어머니까지 설득해주셨어요. 제가 일하는 며느리이고 출퇴근 시간도 일정하지 않아 죄송한 게 많죠. 그래서 더 잘하려고 해요.”
일과 가정 사이에서의 갈등은 일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겪는 고민이다. 왕빛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예전엔 반반이었는데 지금은 일이 80, 가정이 20정도 된다”며 “유난히 이번 드라마에 신경을 쓰는 건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인공이란 타이틀은 두 번째에요. 결혼하자마자 ‘날아오르다’에서 주연을 했지만 이후에도 저는 조연도 하겠다고 했어요. 다시 주인공을 맡기까지 4년이 걸렸죠. 이번에 잘 해야 앞으로 제 역할이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요.”
목표가 뚜렷한 만큼 이번 드라마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출연하는 동료 연기자들과의 유대관계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왕빛나는 주인공에게 따로 제공되는 1인 대기실까지 마다하고 극중 가족인 김청, 이다인과 함께 한 방에서 지낸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됐어요. 처음엔 다른 분들에게 묻어갔죠. 다행히 슬럼프가 짧게 왔다가 금방 털어내는 편이라 꾸준히 기회를 잡았는데 이젠 책임감이 뭔지도 조금씩 알 것 같아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