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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자연재해→성장둔화→재정지출→소비회복… ‘희망’은 있다

입력 | 2011-03-18 03:00:00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대지진으로 일본이 사상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고, 각국 국채금리는 의미 있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스피는 단기간에 1,900 선까지 내렸고, 국채금리 역시 만기별로 0.2∼0.3%포인트 낮아졌다. 실제로 최근 뉴스들은 피해 지역 내 원전이 통제 불능 상태에 들어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지나친 비관은 적절한 의사결정이 아니라고 본다. 과거 경험상 자연 재해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은 일시적이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과거 일본의 한신 대지진, 미국 남부 허리케인 등 심각한 자연재해가 나타난 후 충격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복구되는 저력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자연재해 초기 단계에서는 생산 차질과 소비 감소로 성장률이 떨어진다. 피해를 본 공장은 가동이 중단될 수밖에 없고, 새 차를 사려던 사람들도 위축된다. 투자자 역시 주식이나 원자재보다는 고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채권 투자를 늘린다. 이 과정에서 주가와 원자재 가격은 떨어지고, 주요국 국채 금리도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 혼란이 안정되기 시작하면 금융시장에는 새로운 모멘텀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자연재해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막기 위해 돈을 풀기 시작한다. 이미 일본은행은 막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민간 부문의 소비와 투자는 위축되지만 정부 지출은 크게 늘어난다.

게다가 한 분기 정도 시간이 지나면 민간 부문의 소비와 투자, 생산 역시 늘어나기 시작한다. 무너진 시설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고, 가동이 중단됐던 공장이 다시 돌아가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내구재 구매도 재개된다. 오히려 미뤘던 대기 수요가 자연스러운 일상적 수요와 맞물리는 현상도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재해의 피해가 경제 내에 흡수되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는 몇 가지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원전 폭발 등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나, 이미 일본 정부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넘어 재정 지출의 힘이 과거만 못 할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일본은 대규모의 대외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엔화 국채 발행물의 90% 이상을 자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경제 대국이다. 당분간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하겠지만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