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김명희 포털아트 제공
지극히 오랜 전통을 계승한 아메리칸 인디언 호피족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예언을 정신적 자산으로 물려받았습니다. 그레이엄 핸콕의 저서 ‘신의 지문’에는 호피족 원로들의 인류에 대한 경고가 실려 있습니다. 그들의 예언에 따르면, 첫 번째 세계는 불에 파괴되고, 두 번째 세계는 빙하에 파괴되고, 세 번째 세계는 홍수에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네 번째 세계로 이 세계는 지금 갱신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합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잠복하고 있던 지구종말론이 다시 창궐합니다. 2012년을 중심으로 한 지구종말론에 사람들은 일상을 유지할 정신적 집중력을 상실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나날이 종말이라는 걸 자각한다면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하루 종말적인 자세로 성실하게 산다면 어제도 내일도 오늘의 소중함을 허물어뜨릴 수 없습니다. 내일 이 세계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자세, 그것만이 인류의 위대함을 우주에 각인시키는 진정한 방식입니다.
인류가 빙하기를 견디고 전쟁과 대학살의 참상을 극복한 지혜의 핵심에는 언제나 인류애의 불꽃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나와 너를 구분하지 않고 우리 모두를 하나로 인식하는 측은지심을 바탕으로 인류는 온전한 가족의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21세기가 된 지금도 인류는 여전히 분파주의, 근본주의, 민족주의, 인종차별, 세습독재 등의 저급한 문명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재앙의 시기에 과거의 격변기를 견뎌낸 인류의 지혜를 거울삼아 미래를 여는 일은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이제 일본의 재앙은 일본만의 것이 아닙니다. 일본이 아니라 지구, 일본인이 아니라 인류의 문제로 그것은 확장되고 또한 심화되고 있습니다. 가족을 잃고 살 곳을 잃은 사람들, 그들에 대한 우리의 가족애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호피족의 가르침대로 ‘종말 같은 것은 결코 없다. 가족은 삶과 같다. 삶에는 끝이 없다’는 본질을 깨쳐야겠습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