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26일로 1년… 46용사 잠든 서해바다를 가다

바다엔 다시 봄이 왔지만… ‘천안함 폭침사건’ 1주기를 앞둔 19일 희생장병들의 유족들이 사건 해역인 백령도 앞바다를 찾아 국화꽃을 바다에 던지며 희생장병 들의 넋을 달래고 있다. 왼쪽부터 고 최정환 상사의 매형 이정국 씨, 고 민평기 상사의 큰형 광기 씨, 고 정범구 병장의 이모부 송민석 씨. 백령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거센 파도를 맞으며 30여 분간 달리던 배가 천천히 멈춰 섰다. 선장 장세광 씨(35)는 손가락을 바다위로 가리키며 “이곳이 지난해 천안함이 침몰한 곳”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높은 파도로 배가 심하게 흔들리는 가운데에서도 위령제를 지내기 위해 가져온 음식을 선수에 진열했다. 각종 과일과 초콜릿 사탕…. 민 씨는 47개의 빈 잔에 소주를 가득 부었다. 숨진 46용사와 수색 작업 도중 숨진 고 한주호 준위를 위한 잔이다.
“평기야, 미안하다. 1년이 지나서야 형이 왔다….”
▼ “숭고한 그 영혼, 자유대한의 수호신 되라” ▼
민 씨는 이 자리에서 밤새 동생을 위해 쓴 편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낭독했다.

천안함이 침몰했던 해역 근처인 백령도 연화리에 설치된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 헌화하고 있는 고 정범구 병장의 이모부 송민석 씨. 백령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장촌포구로 돌아오는 길. 가족을 그리워하는 유가족들의 마음은 절절했지만 바다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오직 검은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하얀 국화꽃들만 ‘여기서 우리가 나라를 지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위령제에 앞서 유가족들은 18일 오후 천안함 폭침 당시 초병이 물기둥을 처음으로 관측한 지점이자 사건 해역과 가장 가까운 연화리 야산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해군이 27일 제막식을 열 예정인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천안함이 침몰하자 해군 홈페이지에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는 제목의 시를 올린 동아대 의대 김덕규 교수(56·내분비내과)도 동행했다. 막바지 조경공사가 한창인 높이 8.7m 규모의 위령탑은 대리석으로 만든 3개의 삼각뿔 모양으로 각각 영해와 영토, 국민을 지키겠다는 정신을 형상화했다. 위령탑 중앙 하단 보조탑에는 46용사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 부조를 부착했다. 비문에는 ‘비록 육신은 죽었다 하나 그 영혼, 역사로 다시 부활하고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자유대한의 수호신이 되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백령도 주민들도 천안한 폭침 1주년을 맞아 다양한 추모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북포초교는 23, 24일 위령탑을 찾아 천안함 46용사 추모 행사를 열 예정이다. 또 수업 시간에 ‘천안함 46용사와 유족에게 편지 보내기’와 같은 안보교육을 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와 부녀회는 위령탑 제막식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김정섭 백령면장은 “지난해 천안함 폭침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주민들은 46용사의 안타까운 희생을 잊지 않고 있다”며 “매년 46용사를 추모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령도=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