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골드라벨 대회 질주 봄을 시샘하는 차가운 비가 내렸지만 마라토너들의 질주 본능은 뜨겁기만 했다. 2년 연속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인증하는 최고 등급 골드라벨 대회로 열린 2011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2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출전자들이 20일 오전 광화문 광장을 출발하고 있다. 2만4000여 명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는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참가자가 1000명을 넘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최저 기온 섭씨 2.9도에 초속 2.9m의 동북풍을 동반한 봄비는 선수들의 근육을 굳게 했다. 레이스를 마친 오전 10시경 기온조차 섭씨 3.4도. 바람이 강해 체감온도는 영하로 떨어졌다. 유망주 김민(건국대)은 25km 지점에서 저체온증을 일으켜 응급차로 이송돼 병원 신세를 졌다. 지난해 국내 개최 대회 최고기록(2시간6분49초)을 세우며 우승한 실베스터 테이메트를 포함해 보니파세 무에마 음부비 등 케냐의 건각들도 일찌감치 레이스를 포기했다.
임상규 삼성전자 여자마라톤 감독은 “비만 아니었다면 최대 2, 3분은 당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정하준 코오롱 감독도 “남자의 경우 2시간7분대도 나올 수 있었는데 비가 가로막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비가 왔음에도 압데르라힘 굼리(모로코)가 2시간9분11초, 정진혁(건국대)이 2시간9분28초를 기록한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스퍼트를 너무 일찍 한 게 발목을 잡았다. 정진혁은 35km까지 레이스를 잘했지만 잠실대교를 건너 약 36km 지점에서 굼리에게 역전을 당했다.
여자부에서는 에티오피아의 로베 구타와 중국의 웨이야난이 초반부터 줄곧 각축을 벌인 끝에 1, 2위를 차지했다. 정윤희(대구은행) 이선영(SH공사) 이숙정(삼성전자)은 35km까지 나란히 달리다 이후 정윤희가 스퍼트해 두 라이벌을 따돌리고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