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뒤 나는 성공한 사업가··· 방황 접고 책을 들었어요”
서울 신도림고 3학년 배기영 군은 틈이 날 때마다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배 군은 뚜렷한 꿈이 생긴 뒤 매일 학교 자습실에서 4∼5시간씩 공부해 하위권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배 군은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이겨낼 자신이 있다”며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 3년의 방황, 책 속에서 길을 찾다
가, 가 그리고 또 가. 배 군의 중학교 성적표에 새겨진 성취도는 예체능 과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였다. 그는 중1 겨울방학 때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시험시간에는 5분 만에 같은 번호로 답을 찍고 엎드려 자기 일쑤였다. 머릿속은 친구들과 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른바 ‘아차산 패밀리’로 통하는 9명의 친구와 PC방, 당구장 등을 전전하며 시간을 보냈다. 밤새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낮에는 학교를 빠지고 집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 때쯤 일어나 집 밖으로 나가는 생활이 반복됐다.
“일부러 비뚤어지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고1 때까지는 그냥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았어요.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죠. 무엇 때문에 공부해야 하는지 몰랐으니까요.”
먼저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읽고 배 군에게 권했다. ‘꿈꾸는 다락방’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조혜련의 미래일기’ 등의 책이었다. 안 씨는 아들이 꿈과 미래를 주제로 한 특강이 많은 교회수련회에는 용돈을 쥐여주고서라도 꼭 참석하게 했다.
사실 배 군의 삶을 바꾼 극적인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꿈에 대한 책을 읽고, 삶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책은 ‘꿈꾸는 다락방’.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구절이 마음을 울렸다. 처음으로 ‘나도 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회수련회에서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다윗이나, 요셉 같은 인물의 꿈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구체적 꿈도 책 속에서 찾았다.
“‘워렌 버핏처럼 부자 되고, 반기문처럼 성공하라’를 읽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느낄 수 없던 새로운 떨림이었어요.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기분이었죠.”
○ “나는 이미 성공한 사람”
“당장 눈앞에 목표를 세우고 이걸 넘으면 꿈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 게 아니에요. 이미 ‘성공했다’는 확신을 가지고 성공한 나는 과거에 무엇을 했을까 찾았어요. 가장 중요한 게 공부더라고요.”
배 군은 고1 겨울방학때 공부를 시작했다. 의욕은 넘쳤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 특히 수학과 영어는 기초가 없어 수업을 따라가기도 어려웠다. 그는 수학은 초등학교 5학년 계산문제, 영어는 중학교 1학년 문법부터 다시 시작했다.
“솔직히 부끄러웠죠. 방황했던 지난 시간이 후회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하지만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바닥까지 내려갔으니까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죠.”
배 군의 공부비결은 명확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절대시간을 늘리는 것. 정규수업이 끝나면 매일 오후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했다. 그날 수업 때 배운 전 과목을 복습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교과서에 적은 노트 필기와 수업시간에 받은 자료를 보며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모르는 건 그날 바로 해결하고 넘어갔다.
“경영학과에 진학하고 싶어요. 성공한 사업가가 돼 사회사업을 펼칠 생각이에요. ‘청소년 비전센터’를 만들어 저처럼 꿈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거예요. 꿈이냐고요? 아니요. 제겐 이미 현실이에요.”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