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21일 대구의 대구텍 제2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대구텍은 계속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텅스텐 절삭가공업체인 대구텍은 버핏이 인수한 금속가공업체 IMC의 자회사다.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그는 스캔들을 우려하는 연예인처럼 말을 아낀다. 버핏은 이번 내한에서 “포스코 등 한국 기업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국내 주식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추가 투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애플보다는 코카콜라”라면서 ‘1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기 쉬운 기업에 우선 투자하며 정보기술(IT) 기업 주식은 다루지 않는다’는 종래의 투자원칙을 되풀이했다. 자신이 투자한 기업을 더 알리려는 듯 기자회견 장소에서 코카콜라를 마셨다.
▷4년 만에 다시 대구를 찾은 그는 대구시의 환대를 받았지만 대구시가 추진 중인 첨단의료복합단지에 대한 투자 의사는 드러내지 않았다. 올해 8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해서도 “TV로 보겠다”라고만 밝혔다. 20일 대구공항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전용기에서 내리는 그를 환영했던 대구 시민은 공식적인 성과가 크지 않아 실망했을 수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검토해보겠다’는 식의 말로 기대를 부풀렸다가 펑크를 내는 것보다는 나을 듯하다.
▷‘버핏 효과’는 버핏의 투자를 계기로 투자자가 몰려들어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버핏의 투자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다’로 시작한다. 지속적인 이익 창출력을 보여주는 기업의 내재 가치를 평가해 투자하는 게 비결이다. 행여 버핏의 투자를 유치하고 그 덕에 다른 투자자들의 돈까지 끌어 모으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그의 투자 기준에 맞는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한다.
▷당초 버핏은 대구에서 일본 후쿠시마 현으로 날아가 IMC 계열사의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 누출 때문에 일본 행을 포기하고 서울로 이동해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기부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서울과 대구의 환대로 버핏의 한국 투자가 늘어난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그에게 너무 매달리는 인상은 주지 않는 것이 좋겠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