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을 터놓다, 마음의 둑이 터지다
■ 김광열 ‘Black…’전 그림 통한 동성애 커밍아웃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는 화가 김광열 씨의 ‘Black, White & Pink’전에 선보인 ‘무제’. 자신의 얼굴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벽 뒤에 숨은 사람들의 모습위로 오랫동안 성 정체성을 고민해온 작가의 모습이 겹쳐진다. 일민미술관 제공
1991년 그림 공부를 하러 미국으로 건너간 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하는 ‘커밍아웃’ 격의 전시다. 동성애자인 작가는 “항상 나 자신에 대해 숨기고 살아왔기 때문에 실내공간이나 벽 속에 갇힌 인물 이미지가 많이 담겨 있다”며 “그런 장애물을 뛰어넘고 싶은 욕망이 작업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드러내기 힘든, 자기 안의 문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성 정체성이라는 극히 개인적인 차원을 뛰어넘어 공감의 폭이 넓은 전시다.
○ 은폐된 진실을 찾아서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형상화한 전시를 보고 일민미술관 2층으로 가면 도시의 표면과 이면에 초점을 맞춘 사진전을 볼 수 있다. 금혜원 씨(32)의 ‘URBAN DEPTH-都深’전으로 우리가 지나치거나 망각하고 지내는 도시의 깊은 곳을 찾아가 그 본질적 모습과 움직임을 사진으로 채집한 전시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집 주변의 재개발 현장을 접하면서 이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에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파란 천막을 덮어놓은 재개발 현장, 도심 한복판의 지하에 자리한 쓰레기 처리시설은 도시의 깊숙한 이면을 다시 보게 한다.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 풍경을 두루마리 산수처럼 길게 이어붙인 사진의 경우 도시의 물리적 표면과 은폐된 공간의 거리를 일깨워준다. 두 전시는 5월 8일까지. 02-2020-2055
○ 숨겨진 이면을 찾아서
■ 금혜원 ‘URBAN…’전 도시의 깊숙한 이면 들추기 금혜원 씨는 ‘Urban Depth’전에서 서울의 깊은 지하에 자리잡은 쓰레기 처리시절을 사진연작으로 선보였다. 도시 한복판에 존재하면서도 은밀하게 감춰진 공간을 포착해 도시 공간의 이면을 드러낸 작업이다.(왼쪽), ■ 도윤희 ‘Unknown…’ 전보이진 않지만 아름다운 것들 도윤희 씨의 ‘백색 어둠’. 어둠을 밀어내 고 새벽이 다가오는 순 간의 느낌을 시간의 연 속성을 상징하는 동그 라미를 통해 그려냈 다. 갤러리현대 제공(오른쪽)
보이는 것과 숨겨진 모습의 차이를 파고든 알찬 전시들이다. 익숙함에서 낯선 것을 발견하는 현대미술의 매력을 보여주면서 눈앞에 뻔히 보면서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