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록 한국로봇학회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실제로 1995년 있었던 일본 한신 대지진 이후 일본을 중심으로 재난구조 로봇의 연구개발이 많이 이루어졌다. 재난구조 로봇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생겨났고 매년 재해 현장을 재현한 상황에서 누가 빠르게 구조활동을 벌이는가를 테스트하는 경진대회도 열리고 있다. 2001년에는 미국 9·11테러 현장에서 생존인물을 찾기 위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으로 원격조종로봇을 투입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지진해일(쓰나미)이 휩쓸고 간 재해 현장에서나, 방사능 누출로 인간의 접근이 어려운 원자력발전소 현장에서 로봇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무너진 건물 잔해 속으로 들어가거나 광범위하게 펼쳐진 쓰레기 더미 위로 주행하면서 생명체를 찾아 위치를 확인하여 구조대에게 알려주는 로봇은 이미 개발돼 있다. 다만 많은 사람이 기대하듯이 로봇 스스로 주행하거나 건물 잔해 속을 찾아 들어가는 자율 제어 기능까지는 보유하지 못하고 있어 인간이 일일이 원격으로 조종하도록 돼 있다. 필자가 접한 정보에 의하면 일본 및 미국에서 개발된 이러한 로봇들이 현재 현장 투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 현장에서의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난 현장에서 일의 중요도에 따라 투입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은 연구개발 과정이라 성능에서 부족한 면이 많이 있겠지만 그래도 구조에 일부라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아쉽지만 원자력발전소 재난 현장에 로봇이 투입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1950년대 초반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발명된 로봇이 두꺼운 납유리 속의 방사성 물질을 다루는 기계식 원격조종로봇이었다. 바로 방사능 노출 환경에서 인간 대신 작업을 하는 로봇이었다. 약 60년이 지난 지금, 뜻하지 않게 맞닥뜨린 일본의 원전 사고라는 일촉즉발의 위기 앞에서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재난구조로봇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오상록 한국로봇학회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