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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녕]여성의 전쟁리더십

입력 | 2011-03-24 20:00:00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요즘 여성들한테 흠씬 두들겨 맞고 있다. 리비아 공습을 지휘하고 있는 미국 제17공군 사령관이 여성이고, 영국 공군의 최신 전투기 타이푼을 몰고 리비아로 처음 출격한 조종사도 여성이었다. 공습에 참여한 프랑스 전투기 20여 대의 조종사 중에도 여성이 다수 포함돼 있다. 스페인 군의 ‘리비아 작전’을 지휘하는 국방장관도 여성이고, 대(對)리비아 군사 개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 대통령, 아랍연맹, 유엔을 각각 설득한 미국의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국무장관, 유엔대사도 모두 여성이다.

▷미국 신국가안보센터 특별회원인 로버트 캐플런은 2008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여성포럼에서 “미래의 군대에서 여성의 역할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의 양상이 전자오락 게임을 하듯 버튼 하나로 상대를 제압하는 사이버전(戰)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캐플런은 “미국 무인 전투기의 대다수가 여성 파일럿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리비아 작전을 보더라도 그의 예측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여성의 군 진출이 급속히 늘고 있을 뿐 아니라 군에서의 역할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다. 여군 장교는 3236명, 부사관은 3362명으로 전체 간부의 3.7%를 차지한다. 그 비율이 2016년엔 5.6%, 2020년엔 6.3%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육해공군 사관생도의 10%가량이 여성이고, 대학에 여성 학군사관후보생(ROTC) 제도도 도입됐다. 특수작전 수행이나 포병, 기갑 같은 일부 병과를 제외하고는 여군이 배치되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다. 지난해엔 전투병과에서도 첫 여성 장군이 나왔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강한 책임감, 어머니 같은 자상한 리더십이 군의 전투력을 높일 뿐 아니라 합리적인 부대 운영에 기여해 군 내부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여성의 파워가 커지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의 의식 변화가 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사령관, 참모총장, 국방장관이 등장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그렇게 되면 여성의 군 의무복무 얘기도 나올지 모른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