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운 산업부 기자
LG그룹 관계자는 최근 정신무장을 부쩍 강조하는 계열사들의 움직임을 놓고 이런 촌평을 내놓았다. ‘사랑해요 LG’로 대표되는 LG 특유의 온화한 조직문화가 ‘돌격 앞으로’ 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스마트폰 위기에 따른 대규모 적자로 최고경영자(CEO)마저 교체한 오너 일가의 위기의식이 조직문화에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지금까지의 ‘만년 3위 통신사’에서 도약을 꾀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17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팀장과 임원 480명을 6개 조로 나눠 강원 오대산 근처 폐교에서 ‘리더 혁신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폐교에 들어서자마자 휴대전화를 반납한 채 2박 3일간 야외에 텐트를 치고 숙박한다. 마지막 날에는 오대산에서 동해 하조대까지 40km 거리를 주파하는 야간 행군을 벌인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룹에서 전사적으로 강조하는 치열함과 집요함을 키우기 위해 무박 야간 행군 등으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LG전자는 경기 평택시 생산공장 근처에 ‘스마트 원’이라는 합숙 연구시설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재기하겠다는 일념으로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 100여 명을 돌아가며 합숙시키고 있는 것. 이 밖에 LG전자 MC사업본부는 출근시간을 기존 오전 9시에서 8시로 앞당기고, 연구원들의 복장도 자유복이 아닌 비즈니스 캐주얼을 권장했다.
계열사들의 ‘돌격형’ 조직문화는 최근 삼성전자와의 3차원(3D) TV 주도권 다툼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LG그룹은 전자(세트 제조)와 디스플레이(패널), 화학(필름) 홍보 담당자들을 소집해 집단교육을 시키고 공동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LG의 변화를 놓고 재계에선 ‘재기를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라는 긍정적 시각과 함께 ‘군대문화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함께 나온다. 임직원들이 정신을 가다듬어 심기일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경직된 분위기로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시장의 판도가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산업에서 번뜩이는 창의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김상운 산업부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