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다르게 보이려는 욕구… ‘옷차림의 권력’ 파고들었죠”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박종성 교수의 주장은 도발적이었다. 그동안 문화적 요소에 얽힌 정치사를 톺아보는 책들이 많았지만 그의 신간 ‘패션과 권력’(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은 이들과 다르다. ‘패션에도 정치가 담겨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패션이 정치를 좌우한다’고 주장하기 때문.
‘패션과 권력’은 중세의 문장(紋章)과 깃발에서 현대의 빈티지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한 패션의 요소들을 돌아본다. 책에서 박 교수는 인간이 패션을 만들지만 그 패션이 다시 인간의 권력을 만들고 지배와 복종 관계를 교착시킨다고 설명한다.

신간 ‘패션과 권력’을 낸 박종성 교수는 “패션은 헝겊과 실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개인의 욕망과 의지를 매개 하는 정치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박종성 교수 제공
“처음 이 책을 구상한 것도 케이트 블란쳇이 엘리자베스 1세로 열연한 2007년 영화 ‘골든 에이지’를 보고 나서였어요. 당시 나는 안식년을 앞두고 영화와 정치에 관한 책을 쓰려고 영국 유학을 계획 중이었는데, 영화 속 여왕을 보고 불현듯 ‘패션이 권력을 만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박 교수는 영국에서 낮에는 교환교수로 일하고 밤에는 런던패션칼리지를 다녔다.
그는 패션의 범위를 단지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에만 두지 않는다. 중세 가문의 문장 역시 갑옷, 깃발, 집안의 장식 등에 끊임없이 등장하며 시각적 훈육과 반복학습을 통해 그 가문의 권력에 복종하도록 만드는 효율적인 시각권력이었다.
흔히 ‘여성에 대한 억압적 권력이 투영된 패션의 대표사례’로 일컬어지는 이슬람의 베일에 대해서도 색다른 주장을 편다. “이슬람 여성들의 수기를 보면 ‘남성들은 나를 볼 수 없는데 나는 그들을 볼 수 있다’고 쓴 내용들이 종종 나옵니다. 베일이 오히려 여성들로 하여금 열정적이고 독자적인 관찰을 가능하게 해 그들만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힘이 된 측면도 있었던 거죠.”
박 교수는 그동안 대다수 정치학자들이 주목하지 않는 포르노, 만화, 백정, 기생과 같은 독특한 소재에 담긴 정치학에 주목해 왔다. 그는 “본래 혁명을 공부했는데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혁명보다는 미시적인 요소들의 종합이었습니다. 이에 역사를 좀 더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찾았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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