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준사격할 것” 위협에 주민-진보단체들 저지 나서 되레 北심리전에 말릴 우려
북한군이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두고 조준사격을 위협한 이후 남남갈등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북 전단 살포를 추진하는 단체들에 대한 지역 주민의 반발은 물론이고 좌파 단체까지 나서면서 상황이 꼬여가고 있다.
천안함 폭침 1년을 맞아 25, 26일 백령도에서 대북 전단 20만 장을 살포하려던 20여 개 탈북자 단체의 계획도 무산됐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25일 “정부가 막아서 그런지 몰라도 백령도로 옮기려 했던 전단을 실은 트럭이 인천항을 떠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아침에는 지난달 임진각에서 전단 살포를 막았던 진보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과 민주노총 사람들이 인천항으로 와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다른 단체인 대북풍선단은 18일 강원 철원군의 한 지역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다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민복 대북풍선단 단장은 주민들과의 충돌이 빚어지자 철원군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전단을 보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북한이 조준 격파 사격에 나서면 가뜩이나 풀리지 않고 있는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다시 도발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남북이 먼저 관계를 개선한 뒤 북핵 6자회담을 열어 핵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정부의 노선에 대한 주변국들의 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더욱이 우려되는 대목은 대북 심리전에 맞선 북한의 위협 심리전에 남측이 말려드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조준사격 위협으로 긴장 고조 가능성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남남갈등으로 전환됐다”며 “대북 전단 살포 단체들이 당분간이라도 비공개 활동하는 차선책을 찾을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