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산업부 기자
두산 경영에 직접 참가하는 오너 일가 12명 가운데 33%(박서원, 재원 씨 제외)가, 전체 오너 일가 22명 중 27%가 활발히 트위터를 하는 셈이다. 대개의 재벌가가 오너 일가의 사생활을 극비에 부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은 서로 ‘맞팔’(각자의 트위터를 팔로잉)을 하면서 농담을 주고받고 안부를 하는 등 트위터를 통해 사생활을 공개한다. △(2월 17일) 박태원 전무 “낼부터 화욜까지 프레쉬 휴가! 일본 시가고원에 스키 타러 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일찍 취침하렵니다. 모두 굿나잇!” △박용만 회장 “누가 자네보고 프레쉬 해도 된다고 했냐??” △박태원 전무 “대장님, 제가 최근 메카텍 전략 인사 해외사업 운영혁신 5가지 일하다 보니 나름 힘들어서 조금 쉬다 오겠슴다. 죄송함다. 양해해주실거줘 ㅋㅋ”. 박 회장에게 박 전무는 조카다. 박 전무는 박용만 회장의 형인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이들이 스스로 몸을 낮춰 ‘베일에 싸인 재벌 오너’ 이미지를 벗고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대중에 다가온 것만은 틀림없는데, 그 이상의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트위터는 농담이나 먹을거리 등 사생활 이야기에 국한돼 있고 대화를 주고받는 대상도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뿐이다. 수천 명의 얼굴 없는 누리꾼들은 그저 조용히 그들의 잡담과 그들만의 대화를 바라봐야만 하니 또 다른 장벽을 느낄 따름이다. 기자도 트위터와 관련해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
두산 오너 일가가 트위터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생각도 주고받고 낯모르는 누리꾼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새로운 대화의 장(場)을 만들어 가는, 진정한 쌍방향 소통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현지 산업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