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육전의 땅으로 속속 귀국
“우리는 또 어디로 가야 하나….”
마이런 아흐메드 씨는 15년 전 가족들과 함께 작은 보트에 몸을 싣고 조국 소말리아를 떠났다. 살육전이 벌어지는 내전을 피해 바다 건너 예멘으로 가는 보트피플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21일 다시 소말리아로 돌아왔다.
예멘 정국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부터 본격화한 반정부 시위는 내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혼란이 커지면 나라 없는 설움도 더 커지게 마련. 아흐메드 씨는 소말리랜드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예멘 보안군이 걸핏하면 소말리아 사람들을 붙잡아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목숨을 걸고 예멘으로 떠났던 소말리아인들이 ‘쿠오바디스’를 외치고 있다. 상당수 난민은 해적소굴이 된 고향땅으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다. 지난 20년 동안 인도양 북쪽의 아덴 만은 소말리아에서 예멘으로 가는 ‘일방통행의 바닷길’이었지만 최근에는 거꾸로 예멘에서 소말리아로 가는 보트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말리아인들에게 예멘은 전쟁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축복의 땅이었다. 예멘에 도착하는 즉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450km가 넘는 바닷길을 보트로 건너다 매년 1000명이 넘는 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래도 소말리아 사람들은 “전쟁통에 죽는 것보다는 낫다”며 배를 띄웠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예멘에 사는 소말리아 난민은 18만1500여 명이다.
최근 반정부 시위사태가 격화되면서 예멘에서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소말리아 난민들을 용병으로 고용한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 바닷길을 무사히 건너 소말리아에 돌아와도 고향 마을까지 가려면 군벌 간 교전이 치열한 내륙을 가로질러야 한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