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균 산업부 기자
그로부터 8개월 이상 흐른 지금, 현장에서는 정부의 동반성장 드라이브를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당시 “‘일진’에게 맞았다고 선생님한테 이르는 학생 봤냐”는 명언(?)을 남긴 건설 하도급 업체 A 사장은 “그때 더울 때 아니었나? 곧 더워지겠구먼”이라고 선문답을 했다. 대통령의 동반성장 주문이 나온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바뀐 게 없다는 타박이었다. 그는 요즘 일부 큰 건설업체는 건설경기 악화를 핑계로 단가를 깎자고 하거나, 일거리를 거둬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고 했다.
동반성장 얘기만 나오면 순식간에 갑(甲)에서 을(乙)로 변하는 대기업 또한 입이 잔뜩 나왔다.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싸고 정 위원장과 최 장관, 일부 정치인이 공방을 거듭하는 사이 대기업들은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있으면 동반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지식경제부로, 국세청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 불려다니며 ‘동네북’ 신세가 됐다. 차라리 정부가 일사불란한 동반성장 지침을 정하면 따르련만, 밑도 끝도 없이 죄인 취급을 받는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대통령이 직접 동반성장을 지시해도 정치인들의 권력 다툼, 부처 간 힘겨루기, 공무원의 탁상행정으로 좌충우돌하는 현실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통령의 공정(公正) 사회가 현장에서는 ‘공무원이 정하는(公定) 사회’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김 기자, 몇 달 뒤에 또 전화했는데 내가 안 받거든 우리 회사 망한 줄 알아”라는 A 사장의 농담 섞인 인사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동반성장 정책이 지금부터라도 제자리를 찾기 바란다.
김희균 산업부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