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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베이비 부머의 정년 연장

입력 | 2011-03-29 03:00:00


미국 통계청은 베이비 부머를 ‘합계출산율 3.0 이상인 세대’로 규정한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 여성 한 명이 평균적으로 낳는 아이의 수를 말한다. 한 부부가 3명 이상의 아이를 낳았던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1946∼1964년생이, 일본은 1947∼1949년에 태어난 단카이(團塊)세대가 베이비붐 세대다. 우리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한국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며 약 712만 명에 이른다.

▷1955년 태어난 한국의 첫 베이비 부머는 지난해 55세를 맞아 은퇴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집단 퇴장은 여러 파장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전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베이비 부머의 소멸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91년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일본 경제가 침체에 빠진 시기는 단카이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도 그렇지만 미국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는 부동산 보유 비율이 높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활발한 소비를 해온 이들이 은퇴와 함께 자산효과에 따른 소비가 위축돼 경제위기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베이비 부머의 퇴장은 조기 은퇴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에서 이들이 근로현장을 한꺼번에 떠나게 되면 부양비 증가, 소비 위축, 숙련된 근로자의 단절과 같은 여러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50대 가장의 실직은 중산층의 붕괴와 가정 해체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폭탄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연장에 관한 노사정 합의가 사실상 결렬됐다. 정년을 연장해주면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실업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딜레마 때문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프랑스는 1980년대 중반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고령자의 조기은퇴를 유도하는 정책을 썼으나 청년고용은 늘지 않았고 그 대신 고령자에 대한 연금지급 증가 등 사회적 부담만 커졌다. 이런 사례들을 교훈 삼아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정년 패러다임을 찾는 일이 급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