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다’ 안무 ★★★☆ 연출 ★★★☆
‘헨델과 그레텔’ 안무 ★★★★ 연출 ★★★☆

‘안무가 베이스캠프’의 첫 공연에서 넘치는 에너지로 무대를 채운 밝넝쿨 씨의 ‘헨델과 그레텔’.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김 씨의 솔로 ‘가라앉다’는 영상과 음악, 춤이 한데 움직일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작품이었다. 흰색 무대 바닥은 영상을 비추는 스크린이었다. 김 씨는 그 위에 엎드린 채 등장했다. 스스로 영상의 일부가 돼 스크린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공연이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기계가 폭주하듯 다양한 색조의 영상과 ‘어둠 속 침몰’ ‘I need white light’ 등의 문구가 빠른 속도로 스크린 위로 쏟아졌다. 한가운데서 몸부림치듯 춤추는 김 씨의 모습은 영상에 묻혀 사라졌다가 다시 보이기를 반복했다. ‘자아 찾기’라는 다소 상투적인 주제의식이 적절한 이미지로 표현되는 순간이었다.
영상이 끝남과 동시에 김 씨는 무대 위로 쓰러졌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그대로 그의 그림자만 남았다. 무용수는 말 그대로 스크린 속으로 가라앉았다.
‘가라앉다’는 영상과 음악이 함께하는 ‘첨단’이되 춤은 간결했다. ‘헨델과 그레텔’은 움직임 하나로 모든 것을 말했지만 그 움직임에 힘이 넘쳤다. 상반된 성격을 지녔지만 작품의 일관성과 완결성은 일치했다. 관객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무대였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