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가는 2007년부터 폭등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07년 2월 2,000에서 10월 6,100까지 올랐다. 8,000까지 간다는 소문에 중국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증시로 몰려 ‘주식 중독’이 사회 문제가 됐다. 한국 내에서는 중국의 ‘황금 주(株)’ 투자 안내 책이 30종 넘게 출간됐다. 펀드를 통해 수조 원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한국보다 중국 경제 동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상하이지수는 이내 주저앉아 2,000까지 밀렸다 지금 3,000 선을 밑돌고 있다.
▷한국 투자자의 상하이 원정이 주춤해진 요즘 중국인의 ‘답방(答訪)’이 시작됐다. 1, 2월 각각 1조 원 이상의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했다. 대신 3조 원을 넘는 미국 자금과 5000억 원 남짓한 중국 자금이 새로 들어왔다. 중국 자금은 지난해 11월 이후 본격 매수에 나서 월평균 순매수가 33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총 1500억 원을 순매수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은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여 현재 외환보유액이 2조8000억 달러에 이른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두툼한 달러 지갑은 미국에 맞서는 힘의 원천이지만 위안화 절상 압력을 부르는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국은 지난해 말 ‘해외투자를 늘려 자본을 밖으로 내보내자’는 방침을 정했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주식과 채권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고 있다. 한국 증시를 주로 관망하던 ‘왕서방’이 드디어 돈주머니를 풀기 시작한 것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