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창의력이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그러면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노력에 의해 길러질 수 있는 것일까? 당연히 창의력은 길러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 것이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지 명확한 방법론이 제시돼 있지 않다. 학교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창조경영을 강조하지만 구체적인 창조경영 방법론은 보이지 않는다. 막연하게 창의력을 발휘해 보라고 주문한다.
나는 ‘3차원(3D) 창의력 개발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나 자신은 3개의 축으로 이루어진 세계에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즉, 우리는 3차원 속의 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3차원 속에서 자신을 이동시켜 가면서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나간다.
첫 번째 차원은 ‘시간’이다. 나에게 주어진 문제는 현재라는 시점에 주어진 것이다. 현재라는 시점에 고정시키면 생각이 매우 제한된다. 이때 시점을 과거와 미래로 연장해 본다. 예를 들어서 이 문제가 과거 10년과 미래 10년에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10년 후에는 사회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변화된 사회에서는 이 문제가 어떻게 보일까? 이렇게 시점을 달리해보면 문제가 새로운 시각으로 보인다.
두 번째 차원은 ‘공간’이다. 현재의 나는 한국이라는 지리적인 제약 속에 갇혀 있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또는 나라에 구속돼 있다. 그 굴레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이때 한국을 떠나 미국 유럽 일본 중국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생각해 본다.
앞의 신제품 마케팅 문제에서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무대를 바꾸어 보면, 당연히 새로운 문화와 지리적 환경을 고려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나올 것이다. 예를 들어 이슬람 문화권에서 물건을 판다고 생각해 본다. 나아가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이동시키며 생각해본다. 10년 후 미국에서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가정해 본다. 새로운 생각이 더 많이 나온다.
세 번째 차원은 ‘분야’다. 우리는 가끔 나의 전공 분야 또는 주어진 문제의 분야에 매몰돼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랫동안 특정 분야에 종사한 사람은 그 분야의 시각으로 사물을 보는 고정관념에 빠지게 된다. 다른 분야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것인데도 특정 분야에 집착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다른 분야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앞의 마케팅 문제에서 신제품이 전자제품이 아니라 화장품이라면 어떤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을까? 식료품이라면 어떻게 할까? 바로 다른 분야와 융합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벤치마킹할 때도 동일 업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도 한다. 융합 연구를 해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는 주장도 바로 이에 근거하고 있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