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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의 킥오프]이제 3경기 치렀는데… 성급한 ‘황보관 때리기’

입력 | 2011-03-30 03:00:00


지난해 K리그 챔피언 FC 서울이 올 시즌 초반 1무 2패로 부진하자 황보관 감독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구단 홈페이지(www.fcseoul.com) 팬 게시판에는 ‘좀 더 지켜보자’라는 쪽과 ‘결단을 해야 한다’라는 쪽이 맞서고 있다. 급기야 서울의 공식 서포터스인 ‘수호신’은 “어느 한쪽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다. 감독에 대한 안티 액션을 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이젠 수호신의 성명에 대해 ‘실망스럽다’라며 ‘당장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게시판만 보면 마치 황보 감독에 대한 비판론이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게시판에 황보 감독을 옹호하는 글이 올라오면 일부가 악성 댓글을 쏟아낸다. 다수의 팬은 글을 올리기를 꺼려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우승의 추억이 너무 강렬해 일부 극성팬의 실망이 커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10년 만에 K리그를 제패한 바로 이듬해에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16개 팀 중 15위로 처져 있으니 팬들의 감정이 부정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황보 감독이 축구계의 비주류인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도 비방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사실 서울은 제파로프와 하대성, 최태욱 등 주전 10명가량이 부상을 당해 전력 손실이 컸다. 미드필드가 완전히 붕괴돼 2군 선수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이런 가운데서도 서울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선 2연승으로 F조 1위를 달리는 등 선전하고 있다.

황보 감독은 “우승 후유증인지 모르겠지만 참 힘들다. 하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 챔피언의 면모를 되찾을 것”이라며 팬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최근 제파로프와 최태욱은 팀 훈련에 복귀했다.

건전한 비판은 팀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근거 없는 비방은 오히려 팀 분위기를 해친다. 수호신의 성명처럼 지금은 기다릴 때다. 이제 리그 30경기 중 3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