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가, 강사, 예능인… 은퇴후 더 바쁜 양신
양준혁(오른쪽·전 삼성)이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SBS-ESPN 스튜디오에서 윤성호 아나운서와 함께 야구 해설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왼쪽 위 작은 사진들의 다양한 표정만큼 다채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한다.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그는 지난해 18년간의 프로생활을 마감했다. 하지만 유니폼을 벗고 나니 더 바빠졌다. 매일 오전 1시에 잠자리에 들고 오전 5시면 눈을 뜬다.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야구해설자로, 명강사로, 예능인으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은퇴 후 해외연수를 가거나 지도자로 야구계에 복귀하는 일반적인 공식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1. 양준혁, 그리고 예능
그는 최근 KBS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일곱 번째 멤버가 됐다. 예전에도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와 KBS ‘해피선데이-1박2일’ 등에서 숨겨둔 ‘끼’를 뽐낸 적이 있지만 이번엔 일회성이 아닌 고정 출연이다.
웃기지 못하면 도태되는 살벌한 예능 무대로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제2의 강호동이라도 되고 싶은 걸까. 그는 “강호동이 될 수도, 될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저는 뼛속까지 야구인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야구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선 여성 팬과 어린이 팬이 늘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예능입니다. 지난해 야구 붐에는 KBS ‘천하무적 야구단’ 같은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양준혁은 자신을 예능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야구와 예능의 합성어인 ‘야능인’ 또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인 ‘스포테이너’로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2. 양준혁, 그리고 야구 해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그는 “해설 중간에 트위터를 통해 팬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함께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놓치고 넘어간 부분을 지적해 주면 그런 것도 함께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해설을 넘어 재미있는 쌍방향 ‘야구 토크쇼’가 그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다.
#3. 양준혁, 그리고 인기 강사
스스로도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 입소문이 난 덕분에 강연 요청이 밀려들었고 이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삼성전자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서울대 고려대 경북대 경상대 등 대학들도 줄을 섰다.
행사는 하루 세 건이 기본이다. 29일만 해도 경주에서 삼성테크윈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뒤 포항으로 이동해 프로축구 포항 선수들과 만났다. 오후 7시 경북 경산시의 영남대 대학원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뒤에야 하루 일정을 끝낼 수 있었다.
그는 “나를 최고의 야구선수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내게도 시련과 슬럼프가 적지 않았다. 제가 겪은 아픔과 이를 극복해낸 과정을 얘기할 때 많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4. 양준혁, 그리고 사랑
10년 넘게 그를 만나 왔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다. 아무리 봐도 여자가 많을 것 같은데 아직 노총각 딱지를 떼지 못했다.
양준혁은 처음으로 자신의 가슴 아팠던 사랑을 공개했다. 그는 “사실 LG 시절인 2000년 대 초반 진지하게 교제하던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그 사람과 5, 6년 동안 좋은 만남을 이어갔어요. 하지만 인연이 아니었던지 결혼까지 가진 못했습니다. 헤어진 뒤에도 2, 3년은 그 사람을 못 잊고 지냈죠. 그러다 보니 황금 같은 30대가 훌쩍 지나가 버렸어요.”
한국 나이로 벌써 마흔세 살. 순애보적인 사랑을 했던 그에게도 새 사랑이 찾아올까. 그는 “마음 맞고 편한 여자가 어딘가에 있을 거라 믿는다. 하루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했다.
#5. 양준혁, 그리고 아이돌
어느덧 40대 중반을 향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젊게 산다. 음악은 아이돌이 부르는 최신곡만 듣는다. 최근 그가 꽂혀 있는 아이돌그룹은 에프엑스다. 이 그룹 멤버 설리(17)를 좋아한다. 양준혁은 “마음은 여전히 20대다. 그런데 설리 엄마가 나와 동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나이를 먹었어도 철이 들면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철이 들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나이를 먹는 거다. 언제나 개구쟁이처럼 철없이 살아야 도전할 수 있고 새롭게 살 수 있다”는 거다. 그는 “내가 마흔이 넘도록 야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생각의 나이를 젊게 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마음만은 20대라는 양준혁은 오늘도 새로운 길에 도전하고 있다. 이게 바로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