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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왕’이 100억대 ‘사기왕’으로

입력 | 2011-03-31 03:00:00

5년간 전국1위 40대女… 주식 등 실패 상인들 돈 날려




다섯 차례나 보험왕을 차지한 ‘전국 보험왕’이 결국 범죄자로 전락했다.

1998년 모 생명보험사에 입사한 이모 씨(47·여)는 영업 전략으로 현금 유동성이 높은 동대문 의류상가 상인들을 주목했다. 이 씨는 상인들이 일하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매일 동대문 상가를 드나들며 신뢰를 쌓았고 상인들도 처음에는 그를 백안시했지만 차차 이 씨를 ‘이모,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기 시작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을 납입하는 고액 보험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이 씨는 2005년부터 5년 동안 전국 보험왕에 올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 씨는 곤경에 처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급하강한 탓에 고객들이 가입한 변액보험 원금이 줄기 시작한 것. 8억∼9억 원에 달하던 자신의 연봉으로 고객들의 손실을 메웠지만 이마저도 결국 모자랐다. 중도 해약한 상인들의 보험금을 자신이 대납한 경우도 허다했다. 장부상으로는 고객 600여 명, 계약 건수 1000건이 넘는 ‘보험왕’이지만 속으로는 연봉 전부를 보험금 납입에 메우고도 돈이 모자라는 상태였다.

결국 이 씨는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으나 실패했고 2009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상인 128명에게 117억5000만 원을 받아 원금을 보장하고 6%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끌어내다 상인들에게 줄고소를 당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30일 이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