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하지만 필자는 지금의 경제지표 둔화를 추세적인 경기 둔화의 출발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한두 달 더 나쁜 지표가 발표될 수 있겠지만 이는 다분히 심리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먼저 2, 3월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정 불안과 동일본 대지진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극대화됐던 시점이다. 이 때문에 주가도 일시적으로 급락했고 금리도 큰 폭으로 내렸다. 특히 각국의 소비심리지표는 일본 대지진 직후 소비자들의 두려움이 가장 극대화된 시점에서 조사됐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자산 가격은 대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경제 주체의 심리적 변화가 자산 가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영된다는 점에서 자산 가격의 빠른 회복은 경제주체들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다. 이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목표 상단인 4%를 넘어섰으며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꾸준히 정책금리를 정상화하고 있으며 환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물가 상승에 대한 각국의 대응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은 일부 남유럽 국가의 재정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책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다양한 측면에서 취약해져 있다. 하지만 버블이 심하지 않았던 지역의 경제는 빠르게 회복됐고 문제의 중심에 있던 선진국도 정상 궤도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이러한 큰 흐름이 몇 가지 이벤트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