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운 경제부 차장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신청 열흘 전에 42억 원의 무담보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투자증권은 이 CP를 ‘LIG그룹’ 브랜드에 익숙한 개인투자자들에게 팔았는데, 결과적으로 최종 손해는 개인들이 떠안아야 할 상황이 됐다. 우리증권은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한마디로 무책임한 얘기다. 이에 앞서 씨모텍은 올 1월 주주와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287억 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지난달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 직전에 몰렸다. 2010년 감사보고서상 의견 거절과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 개연성이 높은 상장사 가운데 퇴출 사유가 발생하기 불과 1∼3개월 전에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선 곳이 10개 안팎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기업들도 문제지만 부실기업들이 유상증자에 나서고, CB를 발행할 때 실사(實査)를 한 주관 증권사들, 증권신고서를 승인한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다. 정말 부실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면 심사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증권사는 현장에 가지 않고 서류로만 심사하는 등 수박 겉핥기 식 실사가 적지 않다고 하는데, 실상이 이렇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적자투성이로 감사의견 거절까지 받은 씨모텍의 증권신고서가 어떻게 승인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에 금융감독 당국은 뭐라고 변명할지 궁금하다. 특히 CP를 비롯해 10억 원 미만의 소액 유상증자와 CB 발행 등은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기 때문에 부실기업들의 급한 자금조달 통로로 악용될 개연성이 높다. 감독의 ‘사각지대’를 없애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선제적 대처가 아쉽다.
이강운 경제부 차장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