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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4’字 무서워 402호 → 502호로 고친 집 세들었다가…

입력 | 2011-04-04 03:00:00

법원 “등기-주민등록상 호수 달라”… 보증금 못돌려 받아




“날벼락도 유분수지, 세상에 이런 날벼락이 있을 수 있나요?”

2008년 9월 광주 남구 월산동 모 빌라 402호에 입주한 회사원 박모 씨(26)는 보증금 130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을 하면서 계약서에는 현관문에 적힌 대로 502호로 기재했다. 박 씨 집의 실제 호수가 계약서와 다른 것은 전 주인들이 ‘4’자를 기피하는 동양적 습관 때문에 이 집이 실제론 402호임에도 502호로 표기해 살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이 호수(502호)로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해 주민등록 주소도 바뀌었다.

박 씨는 별 탈 없이 살았지만 건물주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갚지 않아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박 씨와 503호, 505호에 사는 임차인들은 경매절차가 진행되자 임차인으로서 권리를 주장했지만 낙찰금 배당에서 제외된 것.

등기와 주민등록상 호수가 달랐기 때문이다. 박 씨 등은 “현관문과 우편함에 502호라고 적혀 이대로 전입신고를 했고 호수에 4라는 숫자가 들어가면 좋지 않다는 동양적 미신 때문에 ‘4’자 호수를 생략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배당에서 제외된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공동주택에서 주민등록상 동·호수가 등기부와 다르게 기재된 경우 그 주민등록은 공시방법으로 유효하지 않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광주지법 민사11단독 고상영 판사는 “공시 방법의 효력 유무는 객관적, 일반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공시의 상대방에 따른 주관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