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유사에 소속 안돼… 평균 41원 저렴
최근 중동 정정 불안으로 두바이유가 2월 중순부터 배럴당 110달러까지 기록하는 등 국제유가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국내 휘발유가도 2000원까지 오르면서 정부에서도 석유가격 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력에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도 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L당 100원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도 조만간 석유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으로, 그중 자주 언급되는 대책 가운데 하나가 자가 폴 주유소를 늘린다는 얘기입니다.
○ 자가 폴 주유소가 L당 41원 더 싸
자가 폴 주유소는 다양한 정유사나 석유수입사로부터 유류를 공급받을 수 있어 4대 메이저 정유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휘발유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특정 정유사와 공급 계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여러 공급처에서 그때그때 싼 기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독점적으로 공급받으면 가격이 불합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싼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정유사 카드할인과 같은 혜택이 없는 대신 정유사에 가맹점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까 가격이 쌉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자가 폴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3월 평균가는 L당 1905원으로 SK주유소의 1946원보다 41원이 싼 것으로 나타납니다.
○ 인근 주유소 가격 인하하는 효과도
이런 이유에서 정부는 자가 폴 주유소나 셀프주유소를 늘리려고 하지만 이들이 공급하는 기름의 품질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제품 품질검사 결과 유사휘발유 등 비정상 석유를 판매한 주유소는 자가 폴 주유소(23.8%), 에쓰오일l(5.1%), 현대오일뱅크(3.3%), SK에너지(3.0%), GS칼텍스(2.6%) 등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자가 폴 주유소가 공급하는 석유제품의 질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4대 정유사 주유소는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검사도 자주 하는 등 좀 더 품질 관리에 신경을 쓰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자가 폴 주유소보다는 정유사 주유소가 제품 질이 더 좋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소비자들도 가격이 싸더라도 자가 폴 주유소에서 기름 넣기를 꺼릴 수 있는 것이지요.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