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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저축-연금-펀드… ‘은퇴 재테크’ 아무리 빨라도 지나치지 않다

입력 | 2011-04-06 03:00:00


고준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운용총괄 상무(CIO)

지난해 말 프랑스에서 전해온 뉴스가 관심을 끌었다. 정년퇴직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연장한다는 정부 계획에 시민들이 반대하는 항의 시위 소식이었다. 2년 더 일하도록 하는 대신 2년간 지급할 퇴직연금을 줄여 국가재정을 보완하려는 정부 정책에 시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사오정’(45세 정년)에 익숙한 우리에게 낯설게 보이는 모습이었다.

통계상 한국의 정년은 57.14세다. 직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제 체감하는 정년은 훨씬 더 빠르다. 평균수명 또한 연장되고 있다. 수명 연장은 축복이지만 동시에 더 많은 생활자금이 필요하다. 조기 은퇴에 따른 ‘잠재 근로소득 감소’와 고령화 사회에 따른 ‘필요 소득 증가’라는 상황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11%가 조금 넘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30년 24%를 넘고 2050년엔 38%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평균수명도 83.5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은퇴 후에 필요한 소득은 늘고 있지만 근로소득으로 자산을 모을 수 있는 기간은 줄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물가는 근로소득 상승률을 앞선다. 이런 추세라면 노후에 편안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근로소득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족한 소득이 얼마인지 추정하고 이를 적극 메워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현재 소득이 미래를 준비하기에 충분하다면 무조건 저축을 늘려야 한다. 금리 수준과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감소 문제, 근로 가능 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 방법도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일단 안전자산으로 충분히 노후자금을 준비할 수 있다면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두 번째 대안은 연금을 늘리는 것이다. 한국은 퇴직자 소득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낮다. 2009년 퇴직자 소득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2.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7%포인트 낮다. 은퇴 이후 기대수명을 고려하면 지금의 연금소득으로 평균적인 소비 지출을 감당하기 힘들다. 다양한 연금 상품에 가입하고 연금 투자 금액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펀드에 가입해 위험자산에 간접 투자하는 방법이다. 국내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세제 혜택이 없고 변동성이 크다는 부담은 있지만 이를 극복할 상승 잠재력을 가진 나라가 많다. 투자 적기가 고민된다면 적립식으로 하면 된다. 다만, 노후생활 대비라는 자금 성격을 고려해 펀드 운용 스타일을 따져봐야 한다. 장기투자 및 가치투자를 내세우며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온 펀드를 고르는 게 낫다.

은퇴 시기가 다가올수록 투자 방법에 대한 선택의 폭은 급격히 줄어든다. 원금 손실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도 낮아지고 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지기 때문이다. 노후 대비를 늦게 시작하면 보수적인 투자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빨리 은퇴 이후를 대비하는 게 최선이다. 빨라진 정년과 긴 노후,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위험자산 투자는 불가피하다.

고준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운용총괄 상무(C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