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꿈을 접었다, ‘벤처기업 챔피언’ 꿈을 펼쳤다

KAIST 전산학과 박사과정이던 27세의 김영달 대표는 이광형 지도교수(현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로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PSI에서 교환연구원으로 일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PSI는 박상일 대표가 미국에서 창업한 원자현미경 관련 업체.
연구원 또는 교수를 꿈꿨던 김 대표는 한국에서 벤처라는 말도 생소하던 이때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김 씨는 PSI에서 일하면서 한국에서 기술력만으로 세계 1등 기업을 키우겠다는 결심을 했다. 전산학과 동기인 김정주 대표가 창업해 기업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도 자극이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년간 기술개발 등의 준비를 거쳐 1997년 29세 때 KAIST 동료들과 창업했다. 바로 코스닥시장의 ‘히든 챔피언’으로 꼽히기도 한 디지털영상녹화장치 제조업체인 아이디스다.
○ 실리콘밸리의 흥분
변대규 휴맥스 대표 역시 스탠퍼드대 벤처문화의 간접적 수혜자였다. 스탠퍼드대에 방문교수로 다녀온 지도교수가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이던 변 대표에게 HP 같은 기업을 만드는 것도 사회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변 대표는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대학원 선후배들과 함께 1989년 휴맥스(당시 건인시스템)를 만들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직·간접적 흥분이 창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은 최근 들어보기 어려워졌다. 먼저 인재가 몰리지 않는다. 벤처의 핵심 자산인 기술을 개발하거나 보유한 이공계 인재들이 창업보다는 의대나 로스쿨 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김영달 대표는 KAIST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창업했지만 지금은 후배를 직원으로 뽑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치과의사가 되거나 로스쿨, 금융계로 간 사람도 많다”며 “과학과 공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이고 경제의 원동력인데 이 분야 전공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 미래의 희망이 동력
‘100인’은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경영 지혜’와 ‘제3의 길’을 제시했다. 박지영 컴투스 대표는 “기술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고객과의 관계, 대내외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킹 등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자신이 창업한 안철수연구소를 떠나 늦은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한 회사만 잘되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중소 벤처업계의 전반적인 성공 확률을 높인다면 더 의미 있고 재미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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