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배출 허용기준 모호… ‘불가항력 상황’ 제재 어려워
정부는 5일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한 것이 국제법 위반인지, 이로 인해 한국과 국민이 손해를 볼 때 어떤 조치가 가능한지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박기갑 고려대 교수는 “일본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오염수를 배출했지만 이로 인해 바닷물과 동식물이 오염되는 환경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국제사회 전체의 이익 차원에서 국가들이 우려를 표시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의 행위가 1975년 발효된 ‘폐기물 및 그 밖의 물질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협약’(런던협약)의 위반인지 검토하고 있다. 런던협약은 ‘높은 오염 수준의 방사성폐기물 등 규제 물질의 해양 투기 및 소각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불가항력인 경우 최소치 농도 이하의 방사성폐기물을 바다에 투기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문제는 런던협약이 국가들이 배출하지 않아야 할 최소치 농도의 구체적인 기준 수치를 규정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방사성폐기물질 관리 협약’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쟁점은 일본이 배출한 오염수의 방사선량과 요오드 농도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권고한 기준치에 부합하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IAEA와 ICRP는 1년간 성인이 받는 방사선량이 1mSv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고 한국과 일본은 이 방사선량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방사성 요오드의 농도를 각각 1cc당 0.03Bq(베크렐)과 0.04Bq로 정했다.
그러나 일본이 흘려보낸 오염수의 요오드 농도(6.3Bq)는 한국 법정 기준치의 210배에 달한다. 문제는 요오드 농도가 이렇게 높은데도 일본이 방사선량은 0.6mSv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KINS 관계자는 “요오드 농도에 비해 방사선량이 그렇게 낮다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한국은 충분히 항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에 대한 제재나 손해배상청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런던협약은 위반국에 대한 제재 조항이 없다.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는 “일본이 오염수를 방출하지 않을 수 없는 비상사태, 즉 불가항력적 상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